첫 투표서 당선 확정 위해 “‘180개국 이상’ 득표 목표로 교섭” 192개국 중 180개국 ‘찬성’ 획득… 내년 6월 순회의장국 수임
우리나라가 6일(현지시간) 실시된 2024~25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당선을 확정 짓기까지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유엔 회원국들 대상으로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시기 2013~14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수임한 이후 지난 10여년간 안보리 (재)진출 계획을 수립했고,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선거)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5개 비상임이사국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아시아·태평양 그룹 국가들 가운데 단독으로 입후보했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선 ‘무난한 당선’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외교부는 ‘유효투표 중 3분의 2 이상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재투표한다’는 선거 규정을 이유로 첫 투표 때 당선을 확정 짓고자 투표 직전까지도 박 장관과 이도훈 제2차관 등을 중심으로 ‘총력전’을 펼쳤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장관은 안보리 선거 태스크포스(TF) 출범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일선에서 교섭을 진두지휘했다”며 “56개국과 면담 및 통화하고 100여개국 외교장관 등 고위급에게 (안보리 진출 지지를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 또한 매주 안보리 선거 TF를 주재하며 각국과의 교섭 현황을 계속 챙겨왔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의 선거 전략은 아·태 그룹 내에서 다른 나라의 입후보를 방지하고 단독 입후보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죽기 살기’식의 전방위 교섭을 실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이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유효투표 192표 가운데 180표를 얻어 지난 1996~97년, 2013~14년 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성공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192개국의 표를 다 확보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진영 간 긴장 등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며 “우리도 여러 상황을 감안해 ‘180개국 이상’ 득표를 목표로 지지 교섭을 해왔다”고 밝혔다.
미국·중국 간의 패권경쟁 심화와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에 따른 ‘블록화’ ‘진영화’ 현상이 이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그 전략을 가다듬어왔단 얘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선거에서 “생각했던 만큼의 지지표를 확보해 다행”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는 내년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미국, 그리고 2022~23년 임기 비상임이사국인 일본과 함께 안보리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한미일 3국이 안보리에서 동시에 이사국으로 활동하는 1994년 이후 두 번째다.
외교가에선 이를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는 내년 6월 안보리 순회의장국을 맡을 예정. 안보리 순회의장국은 공개토의 주제 제안을 비롯한 모든 회의 일정 등을 전담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계기로 “북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우리의 대북정책 관한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를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민호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