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한지 58시간만에 가운데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사망자 수가 1만1000명을 넘어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2시까지 튀르키예에서 8574명, 시리아에서 2662명으로 합계 1만1236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대지진으로 쑥대밭인 된 튀르키예 남동부 지역을 간신히 빠져 나온 우리 교민이 “너무 춥고 배가 고프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지진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와 200여㎞ 떨어진 하티이주 안디옥에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차로 4시간 가량 떨어진 매신으로 피신한 박희정씨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긴박했던 탈출 순간을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 6일 새벽(현지시간) 리히터 규모 7.8의 첫 지진 발생 당시 “깨어 있었다”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큰 흔들림이 있어 얼른 아이들과 남편을 깨워서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너무 공포스러웠고 정말 아비규환으로 모든 가구들이 다 쓰러져 있었다”며 “안에 들어가 있다가 약간 멈춘다고 생각 들 때 전기가 다 끊겨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희정씨는 “제가 깨어 있었기에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비가 오고 추운 날씨였기에 아이들을 빨리 추위로부터 보호한다는 생각에 옷가지만 들고 휴대폰 후레시에 의지해서 계단으로 내려왔다”며 “당시 잠옷 바람으로 나온 사람들이 ‘이쪽 길은 아예 막혔다, 반대편으로 나가라’고 소리쳐 (그 쪽으로 나왔다)”고 했다.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구호품에 대해 박희정씨는 “식료품과 방한용품들이다. 너무 춥고 배고픔이 같이 따라와 그런 것들이 되게 시급하다”면서 “특히 노약자들이나 아이들이 그런 부분이 되게 취약하기에 빨리 해결되고 지원이 됐음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자연 재해가 발생한 이후 72시간까지를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보는데, 현재까지 경과한 시간은 58시간. 앞으로 72시간까지는 불과 14시간만 남았으나 일부 지역에서 불어닥친 눈폭풍은 구조작업을 지연시키고 있다.
재난 전문가인 미야모토 재난구호단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진 발생 후 몇주까지도 생존자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 지진 발생 후 지역 사회가 함께 모여 자신들의 역할을 잘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사회와 시민들은 사실상 첫 번째 방어선”이라면서 “그들은 잔해를 파내서 가족, 친구, 이웃을 구했다”고 말했다.
8일 MBC 보도에 따르면 전날 튀르키예 남부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한 아이가 구조됐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아이는 잔해 속에서 자고 있었다. 대지진이 몰아친 뒤에도 아이는 잠에서 깨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 전 내복 차림의 아이는 눈을 비비고 있었고, 구조대를 보고 이상함을 느꼈는지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에요?”라고 거듭 물었다. 이에 구조대원들은 따뜻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좋은 아침이야”라고 답했다.
아이는 무사히 구조됐지만 이름과 부모의 생존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건물 잔해 밑에 깔려 17시간 동안 남동생을 지킨 소녀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현지 기자 주허 알모사는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이 영상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7세 한 소녀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이 소녀는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서 어린 남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손으로 머리를 감싸면서 몸으로 잔해를 힘겹게 떠받치고 있었다.
알모사는 남매가 17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소녀는 구조대가 오자 “저를 꺼내달라”며 “꺼내주면 평생 당신의 노예가 되겠다”고 호소했다. 다행히 이 남매는 무사히 구조돼 현재 보호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판에 깔려 죽은 딸의 손을 잡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이 세계를 울리고 있다.
7일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서 메수트 한제르라는 남성은 지진으로 침대에서 자다가 집이 무너져 거대 콘크리트에 깔려 죽은 15세 딸 이르마크의 손을 쥐고 있었다.
구호물로 받은 듯한 야광 띠가 둘러진 오렌지색 겉옷을 입은 아버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내내 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잠에서 깨거나 침대 밑으로 피신할 틈도 없이 지진의 급습을 당해 딸은 자던 그대로 자신의 침대에서 목숨을 잃은 듯했고 그런 딸이 안타까워 아버지는 그 곁을 떠나지 못했다.
(서울=뉴스1)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