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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 재외동포의 한 표는 덜 소중한가?

대한민국은 이미 700만 재외동포 시대를 맞았다.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재외국민들은 국적은 물론 납세와 병역, 가족 부양, 경제·문화 교류를 통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헌법상 권리인 “참정권 역시 국내 국민과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원칙이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재외국민의 투표 편의를 높이기 위해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전자투표를 두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거의 공정성과 보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 논의가 재외국민의 투표권 확대 자체를 가로막는 방향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재외국민은 이미 수년 째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일부 국가는 투표소까지 왕복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고, 비행기를 타야만 투표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제도 개선 자체를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바라본다면,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은 사실상 일부 국민만 누리는 권리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전자투표는 철저한 보안 검증과 독립적인 감사 체계가 전제 되어야 한다. 해킹 방지와 본인 인증, 시스템 검증 등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하지만 안전성을 높이는 논의와 제도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동안 재외국민 투표가 시작된 이후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 계열 후보가 모두 재외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2025년) 재외투표 결과만 보더라도 재외투표 참여자 205,268명 중, 이재명(더불어민주당) 66.37%, 김문수(국민의힘) 21.38%, 이준석(개혁신당) 9.96% 등으로 민주당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 때문에 제도 개선 논의가 정치적 셈법으로 흐른다면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참정권은 어느 정당이 유리하냐에 따라 보장 여부가 달라지는 권리가 아니다. 정치권은 선거 결과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제 미주를 비롯한 전 세계 재외동포사회도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각 지역 한인회와 재외동포 단체들은 특정 정당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참정권 확대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연대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에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해외 주요 국가의 우편·전자투표 운영 사례를 연구하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일도 재외동포사회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 표의 소중함’은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구호가 아니다. 서울에서 행사하는 한 표와 뉴욕, LA, 시드니, 런던에서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는 결코 다를 수 없다.

정치권도, 재외동포사회도 이제는 정당의 이해득실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참정권을 어떻게 더 온전하게 보장할 것인지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