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590일이 지났지만 가까운 시일 내 전쟁이 끝날 것이란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터졌다.
우크라 이어 ‘이스라엘 전쟁’ 지원 나선 미국, 한반도 안보 영향은 없나?
▼ ‘제5차 중동전쟁’의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기습공격을 벌였고 이에 이스라엘이 대대적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 간 사망자는 이틀만에 15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의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양측 간 교전 의지를 감안하면 사망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이 중동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이란의 직접적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2014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 측은 수 차례 휴전 회담을 벌였지만 평화는 찾아오지 않고 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변 지역의 안보 상황도 위험에 빠드렸다.
지난달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또 발트 3국과 몰도바 등은 우크라이나 주변국들은 자국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세계 곳곳에선 전쟁과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에선 지난 2년 간 내전으로 최대 50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평화 협정을 맺긴 했지만 정치는 여전히 불안하다. 수단에선 지난 4월에 내전이 시작됐다. 미얀마 사태도 수년 간 지속되고 있다.
▼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국제관계 연구소인 ‘경제·평화 연구소'(IEP)가 지난 6월 펴낸 ‘세계평화지수(GPI·Global Peace Index)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평화지수 평균은 9년 연속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역내 및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 시민 사회 불안(civil unrest)과 정치 불안정이 고조돼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분쟁 관련 사망자는 전년과 비교해 96% 올랐는데, 수치는 이번 세기에서 가장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반도 안보 영향은?
미국의 ‘전선’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대북 사안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집중도 하락 우려가 제기된다.
미 국방부는 8일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최대 핵추진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F-35, F-15, F-16, A-10 등 전투기 편대를 이스라엘 인근에 증강하고 군수품 제공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무력 충돌 발발 직후부터 연이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를 하고 “수일 내에 추가적인 지원이 따를 것”이라며 본격적인 군사지원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헤즈볼라까지 본격적으로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경우 사실상 미국의 전면적인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외교·군사 역량 분배 전략의 재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자연스레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도가 떨어지며 한국의 대북 역량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은 우리로선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때도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표방했지만 시리아 등 중동 문제로 결국 발목이 잡혔다”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특별한 관계이고, 미국 외교가 중동 문제에 두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중동 사안에 다시 끌려들어 가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북한에 대한 외교적 역량 배분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동맹·우방국에 군사적 조치에 동참하라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그래도 외교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새로운 선택’을 할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 ‘손님’으로 불리는 그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끌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을 시작한 지 수시간 내에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IQB)의 최고지도자 모하메드 데이프(57~58세)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와이넷뉴스 등에 따르면 데이프는 자신이 ‘알아크사 홍수(Al Aqsa Flood)’ 작전의 책임자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적들에게 경고했다. 그들은 이슬람 운동을 공격했고 알아크사를 모독했다”고 밝혔다. 알아크사 사원은 예루살렘의 성전산에 있는 이슬람의 모스크이다.
데이프는 하마스 대원들에게 “모든 수단을 가지고 공격을 감행하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소총을 갖고 있는 모든 이들이 이걸 꺼내 들어야 한다. 여러분 각자는 트럭과 차량이나 도끼를 들고 나가야 한다. 오늘은 새로운 역사가 열렸고, 더 밝고 영광스러운 역사가 열렸다”고 말했다.
데이프는 이스라엘의 중요 지명 수배자 명단의 가장 상단에 올라와 있는 인물로, 이스라엘군이 최소 7차례의 암살 시도를 했지만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명은 모하메드 디압 이브라힘 마스리이다. 현재 알려지 있는 이름인 데이프는 아랍어로 ‘손님(guest)’이란 뜻이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눈을 피해 매일 밤을 다른 조력자의 주거지에서 보내기 때문에 붙여졌다.
데이프는 1965년 가자지구에 있는 칸유니스 캠프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1948년 1차 중동전쟁 뒤에 설치됐다. 그는 1980년대 말에 하마스에 가입했고, 이후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테러 활동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2002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당시 살라 셰하데가 사망하자 지도자에 올랐다.
데이프는 20여년 간 은둔생활을 해왔고, 수차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뒤 다쳐 장애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쪽 눈을 볼 수 없고, 팔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다리를 크게 다쳐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미국은 2009년에 데이프를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미 국무부는 그를 “하마스 군사조직의 핵심 인물”이라고 기술했고. 또 “이스라엘 민간인들에 대한 여러 테러 공격”의 배후로 그를 지목했다. 데이프는 로켓과 터널, 무인기 그리고 자살공격 등 여러 하마스의 군사 전력을 이끌어온 능숙한 지휘관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박재하 기자, 노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