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홍대서 폭행 시비 후 경찰차 손괴 벌금 500만원 선고…납입 거부해 수감된 듯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다 월북한 주한미군 소속 병사가 경찰차를 걷어차 기소돼 올해 초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Travis King·23) 이등병에게 지난 2월8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킹 이병은 지난해 10월8일 오전 3시46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클럽 직원 2명을 폭행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지구대 호송 과정에서 그는 인적사항을 묻는 경찰관들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Fxxx Korean, fxxx Korean Army(망할 한국인, 망할 한국군)”라고 소리치며 경찰 순찰차 문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킹 이병은 지난해 9월25일 마포구 홍대 인근 클럼에서 술을 마시다 한국인 손님의 얼굴을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기각됐다.
◇미국행 비행기 탑승 거부…JSA 견학 도중 월북
일주일 전쯤 수용시설에서 풀려나 캠프 험프리스로 복귀한 킹 이병은 미군 신분이 박탈될 예정이었으며 모부대인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로 보내져 추가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인천공항으로 미군이 킹 이병과 동행했지만 세관을 혼자 통과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킹 이병은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고 도주했다.
이후 킹 이병은 민간인 신분으로 위장해 JSA 견학에 참여했다. 그가 왜 비행기에 타지 않았는지, 왜 JSA에 간 것인지 구체적인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JSA 견학 중 킹 이병은 갑자기 군사분계선을 향해 달렸고 뒤쫓던 투어 가이드들은 그를 잡지 못했다.
결국 군사분계선을 넘은 킹 이병은 북한 병사들에게 인계돼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인과 함께 견학에 참여한 남성은 CBS에 “이 남자가 큰 소리로 ‘하하하’ 웃더니 사람들을 지나쳐 건물 사이로 뛰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월북이 일어난 직후 함께 관광에 나섰던 사람들은 진술을 받기 위해 판문점 남측 건물인 ‘자유의 집’을 거쳐 버스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미군 “고의로 월북해”…母 “집에 돌아오길”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 공보단장은 킹 이병이 “고의로 허가 없이 JSA 견학 중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당국자는 CNN에 킹 이병이 북한에 귀순하려 했다는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엔군사령부도 “현재 북한이 해당 인원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는 오는 19일 한국 언론인들 등을 대상으로 계획했던 JSA 견학을 취소했다.
현재 미국은 이와 관련해 북한과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북한 측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 위스콘신주 러신에 사는 킹 이병의 모친 클로딘 게이츠는 현지매체 인터뷰에서 아들의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아들이 그런 짓을 벌였을 것이라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츠는 “나는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그가 집으로, 미국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고 우려했다.
킹 이병의 월북은 지난 2018년 미국인 브루스 바이런 로렌스가 중국 국경을 넘어 무단으로 북한에 들어갔던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인이 판문점을 견학하던 도중 월북한 사례는 사상 초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킹 이병은 북한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은 이와 관련해 북한과 접촉 중이다.
◇ 美 셔먼 의원 ‘월북 미군 데려오기 위해, 대북 양보 안돼’
브래드 셔먼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민주)은 18일 개인 한 명이 개인적이고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미국이 북한 정권에 힘을 실어주거나 대북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한 개인이 아닌 3억 미국인의 안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셔먼은 해당 병사가 북한으로 망명하기로 한 결정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라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인들이 북한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너무 몰두하고 있다. 사실 북한은 매일 더 많은 핵무기와 이를 탑재한 미사일을 미국이나 동맹국에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을 당국이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추가로 전개되는 사안에 대해 브리핑하겠다고 밝혔다.
◇ 신범철 국방차관 “美 ‘월북 병사’ 송환 위해 北과 협상 가능성”
신 차관은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이번 사건에 대한 물음에 “미국으로서도 의외의 일이 발생한 만큼 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미국과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 차관은 “현재 미국 측이 유엔사 채널을 통해 북측에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주한유엔군사령부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JSA를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킹 이병은 국내에서 폭행 혐의로 40여일간 구금돼 있다가 추가 징계를 위해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지만, 출국 전 공항에서 이탈해 외국인 대상 JSA 견학 프로그램 일정에 합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차관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볼 때 킹 이병이 “자진 월북한 것 같다”며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차관은 미국 측이 킹 이병 송환을 위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접근할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나 월북 병사의 입장이 강조되겠지만, 현재 미국 입장에선 그 병사의 안전을 우선순위에 놓고 송환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박재하,원태성,김예슬,김성식,정윤영,허고운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