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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용사의 후손인 케말 오즈칸(47)이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도시 이스칸데룬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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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이스켄데룬서 만난 케말 오즈칸…증조父, 한국전쟁서 전사 자신의 부지 개방해 구호물품 조달

“당신들을 처음 봤을 때 강렬한 감정(Electricity)을 느꼈다. 내 증조할아버지를 떠올렸다.”

대지진 발생 엿새째인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항구 도시 이스켄데룬에서 선박회사와 리조트를 운영하는 케말 오즈칸(47)은 이렇게 말했다.

이날 그는 자신의 선박 회사 건물의 피해 정도를 돌아보기 위해 나와 있었다.

지진 당시 상황에 관해 묻자 그는 “지반이 치솟았다가 가라앉는 현상이 3번이나 반복됐다”면서 자기 가족이 무사하지만,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한국과 튀르키예는) 많은 접점이 있다”면서 “역사적으로 우리는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스켄데룬은 1950년 9월25일 한국전쟁에 파병된 튀르키예군이 출항한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10월19일 한국 부산항에 도착했다.

케말에 따르면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도움이 필요하면 돕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적이나 이런 것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튀르키예 영화 ‘아일라’를 현지 사람들이 모두 감동 있게 봤다고 하면서 뉴스1 취재팀을 봤을 때 지나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영화 아일라는 한국전쟁에 유엔군으로 파견된 터키 병사 슐레이만이 5살 고아 ‘아일라’를 만나 전쟁 와중에서 딸로 키우며 일어나는 일을 다룬 2017년 한국-튀르키예 합작 영화다.

그는 구호 물품으로 채워진 리조트를 이곳저곳 소개하며 자신이 선박 관련 일을 해 부산항에 간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부산항이 “매우 반짝이던 도시”라고 회상했다.

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시내 한 보급소에서 이재민들이 이불 등 생필품을 배급받고 있다.

케말은 처음 본 이방인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리조트를 개방해 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며 장소를 안내했다.

그가 운영하는 리조트에 도착하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옷과 물품을 뒤적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리조트 예약을 받는 리셉션 홀은 구호 물품을 정리하기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구호 물품을 관리하는 다이애나에 따르면 지원 전적으로 정부의 도움이 아닌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녀는 “이스탄불이나 앙카라 등 전국 각지와 연결해 물품을 확보하는 것이 내 일”이라고 했다.

한 남성은 ‘이 물품을 누가 지원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천사들”(Angel)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신발부터 시작해 난방용품 등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끌던 것은 아동복이 유난히 많았다는 점이다.

아동복을 뒤적이던 한 중년 여성에게 현재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지금 아이들과 내가 밖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힘들다”고 답했다.

케말은 이렇게 광활한 사업장을 기꺼이 개방한 이유에 대해 “나는 이곳 사람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당신들 역시 내 친구”라고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이스켄데룬(튀르키예))=뉴스1) 김민수 기자,이슬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