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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 주민들 ‘돼지고기 바베큐’ 파티

14일 오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담벼락에 ‘2022년 송년회 돼지고기 바베큐 파티’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슬람사원을 둘러싼 건축주와 주민들의 갈등은 대법원에서 ‘공사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2년간 계속되고 있다.

14일 오전 사원 건립 공사장 인근에는 돼지머리 3개와 돼지족발이 목격되기도 했다. 무슬림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주민 관계자는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인 것 같다. 건축주들이 동네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은 2020년 9월 대구 북구가 주택밀집지역에 연면적 245.14㎡, 지상 2층 규모의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하면서 시작됐다.

건축주 7명이 주축이 돼 같은해 12월 공사를 시작한 후 주택과 다른 형식의 골조가 올라가자 주민 350여명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건립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면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그러자 사원 건축주가 대구 북구를 상대로 ‘공사 중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 2심에 이어 대법원도 건축주의 손을 들어줬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주세요.”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 바비큐를 나눠먹는 모습을 보고 무슬림 유학생 A씨(25)가 이같이 말했다.

주민들 사이를 헤집고 기도처에 들어간 A씨는 “오늘 돼지고기 바비큐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면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등의 문화를 충분히 존중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한국 문화를 존중하듯이 주민들도 무슬림 종교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면서 “기도처와 공사장 앞에 놓인 돼지머리를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낮 12시25분이 되자 기도를 위해 무슬림 유학생들이 한 명씩 기도처 안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기도처 밖에 굽는 고기 냄새가 안까지 들어왔지만 무슬림 학생들은 기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도를 마친 A씨는 이곳에 이슬람사원 건립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기도처 건립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면서 “집주인이 현재 사원 부지를 팔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슬림 학생들의 동의을 얻어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민들은 우리가 이 부지를 구입하기 전부터 이곳을 기도처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부지를 구입할 때 주민들에게 ‘우리가 기도처를 만들려고 한다’는 말까지 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에게 이 같은 소식을 알리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인근에 거주하는 80대 할머니가 항의에 나서자 주민들이 단체로 반대에 동참했다”고 했다.

A씨는 향후 계획에 대해 “공사를 무슨 일이 있어도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며 “경북대에 무슬림 학생이 117명 정도 된다. 앞으로 무슬림 학생들이 기도를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터전을 잘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덕 기자 [email protected](기사제공 = 하이유에스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