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가 복잡해지고 이민 세대 간 단절이 늘어나면서, 뒤늦게 조부모의 채무 문제를 통보받는 사례가 한국뿐 아니라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에서는 수년 전 사망한 조부모의 빚과 관련해 채권추심 연락을 받은 손자녀 사례가 알려지며 ‘대습상속’ 문제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부모가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면 손자·손녀가 예상치 못하게 상속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법상 상속은 원칙적으로 자녀 등 직계비속에게 우선 이어진다. 그러나 상속인이 될 자녀가 부모보다 먼저 사망했거나 상속 결격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자녀의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 순위를 이어받게 된다.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한 뒤, 이후 조부모가 사망하면 원래 아버지가 받게 될 상속분을 손자나 손녀가 대신 승계하게 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동산이나 예금 같은 재산뿐 아니라 채무 역시 함께 넘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왕래가 오랫동안 끊긴 경우, 당사자가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혼·재혼, 해외 이주, 장기간 연락 단절 등이 겹치면서 상속 구조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부모 세대가 먼저 사망하고 한국에 남아 있던 조부모의 재산이나 채무 문제가 뒤늦게 확인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3개월’ 기준이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원칙적으로 상속 개시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기준은 단순히 가족의 사망 사실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실제 상속인이 됐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가 핵심이 된다.
예를 들어 채권추심 서류나 법원 우편물을 받고 나서야 자신이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면, 법원은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지급명령서, 경매 관련 서류, 채권추심 통지 등을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상속 인지 시점을 판단한 사례들이 있다.
법조계는 관련 연락을 받았을 경우 우편 수령일, 문자 메시지, 통화 기록 등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추후 법적 분쟁 과정에서 “언제 상속 사실을 알게 됐는지”를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속포기만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 설명도 나온다. 가족 구성과 상속 순위에 따라 한 사람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가족이 상속포기를 하는 방식이 더 유리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우자 존재 여부, 자녀들의 상속포기 여부, 대습상속 여부 등에 따라 법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전문가 상담 없이 단순히 포기 절차만 진행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채권추심 연락이나 법원 서류를 받았다면 방치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대응 방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해외 거주 한인의 경우 한국 내 가족관계와 상속 구조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의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나 금융거래 조회 제도를 활용하면 피상속인의 재산과 채무 내역을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상속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