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셔야 한다는 전통 가치 급격히 약화
복지·돌봄은 국가 역할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커져
한국 사회에서 부모 부양을 자녀의 의무로 보는 전통적 가치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절반 가까이는 부모 부양을 자식의 책임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제20차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부모를 모시는 책임이 전적으로 자녀에게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 응답자는 전체의 20.63%에 그쳤다. 반면 해당 의견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7.59%로 나타나 찬성 의견의 두 배를 넘었다. 중립적인 입장은 31.78%였다.
이번 조사는 전국 73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결과를 보면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은 지난 10여 년 사이 크게 바뀐 것으로 확인된다.
2007년 첫 조사에서는 부모 부양이 자녀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52.6%로 과반을 차지했다. 반대 의견은 24.3%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을 기점으로 찬반 비율이 역전된 이후 격차가 점차 확대되면서 올해 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20%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 변화는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저소득 가구에서 부모 부양 책임에 동의한 비율은 20.66%였으며 일반 가구에서도 20.63%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대 의견 역시 저소득 가구 49.17%, 일반 가구 47.37%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부모 부양 문제를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의 경제적 능력에만 맡기기 어렵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해석했다.
가족 돌봄에 대한 인식 변화는 자녀 양육 영역에서도 나타났다. 과거에는 어머니가 직접 자녀를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34.12%로 찬성(33.83%)보다 처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소득 계층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었다. 저소득 가구에서는 어머니가 직접 자녀를 돌봐야 한다는 의견이 39.06%로 일반 가구(33.11%)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보육 서비스 접근성이나 노동 환경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의료와 보육 등 사회 안전망에 대해서는 국가 역할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건강보험을 축소하고 민간 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70.50%가 반대했다.
또한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72.68%가 찬성해 높은 지지를 보였다.
반면 대학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42.13%로 찬성(30.25%)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의료와 보육은 필수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인식되는 반면, 고등교육은 개인 선택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고령화와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향후 복지 정책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중심의 돌봄 체계에서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구조로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