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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앞선 ‘절제’, 민주당엔 ‘독설’… 107분 트럼프 국정연설 흔든 팻말 시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취임 후 첫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통해 ‘미국의 황금시대’를 선포했다. 107분간 이어진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과와 안보 강화를 자축하는 한편, 최근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린 연방대법원을 향해서는 예상외로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핵심 공약 이행 상황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연방대법원이 기존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더 강력하고 새로운 관세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이 기존 무역 합의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새로운 합의가 시도될 경우 오히려 상대국에 더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외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이란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협상 과정을 언급하며 “아직 핵무기 포기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지만,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강력한 압박 수위를 유지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경제적 번영과 안보 자립을 강조하며 현재를 “미국 역사의 황금시대”라고 명명했으나, 구체적인 신규 정책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정책의 성과를 열거하고 정당화하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상호관세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법관들을 향해 “바보들”, “나라의 망신”이라며 “오든 말든 상관없다”고 비꼬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날 현장에서는 비교적 정중하고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연설 시작 20분 후 관세 판결을 언급할 때도 “실망스럽다”거나 “매우 유감스럽다”는 수준으로 표현을 순화했다.

이는 향후 출생 시민권 보장 폐지,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및 독립 행정기구 규제 당국자 해임 등 자신의 핵심 정책들에 대한 법적 타당성 검토를 앞두고, 대법원과의 전면전을 피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반면, 민주당을 향해서는 “이 사람들은 미쳤다”, “민주당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전임 행정부의 실책을 거칠게 비난해 극명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연설 도중 민주당 알 그린(Al Green) 의원이 “흑인은 원숭이가 아니다(BLACK PEOPLE AREN’T APES!)”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기습 시위를 벌였다. 지난 연설에 이어 또다시 강제 퇴장당한 그린 의원은 의회 경비대에 의해 즉각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과 야유가 오가며 장내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각되었다.

한편, 민주당 측 반박 연설자로 나선 에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는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 역사 지구에서 12분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스팬버거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택, 의료, 에너지 등 전방위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은 진정 당신과 가족의 삶, 그리고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그 답이 ‘아니오’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국정연설장에는 제임스 워킨쇼, 제이미 래스킨, 로 칸나, 멜라니 스탠즈버리 등 민주당 의원들의 초청으로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이 의사당 갤러리에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엡스타인 관련 문서의 전면 공개와 책임 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도덕적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연설 내내 앞줄에 앉은 4명의 대법관은 예년처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의원들과 청중들이 열광적으로 기립 박수를 치는 순간에도 이들은 무릎 위에 손을 얹고 차분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을 소개하며 예우를 표할 때만은 이례적으로 함께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이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는 대법원의 관례와 함께, 국가적 자부심 앞에서는 여야가 없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