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보편적 관세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며 행정부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백업 플랜(Plan B)이 있다”며 관세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아 세계 무역 질서에 전례 없는 혼란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에는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트럼프가 임명한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 3인과 뜻을 같이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서에서 “대통령은 무제한적인 금액, 기간, 범위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권한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명확한 의회의 승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클라런스 토머스, 사무엘 알리토,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내며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다수 의견을 꺾지는 못했다.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는 백업 플랜이 있다”며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백업 플랜’이 과거 9년 동안 말로만 존재했던 ‘보건 의료 계획(Healthcare Plan)’이나 수없이 연기되었던 ‘인프라 주간(Infrastructure Week)’처럼 실체 없는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전략이 단순히 관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의회에 “할 테면 해보라”고 배짱을 부리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무역법 301조와 122조, 무역확장법 232조를 동원해 동일한 수준의 세수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이번 판결로 미 정부는 IEEPA 근거로 징수한 약 1,750억 달러(한화 약 230조 원) 규모의 관세 수익을 수입업자들에게 환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벌써부터 미국 내 TV 광고에서는 관세 환급 소송을 대행해 주겠다는 변호사들의 광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록 IEEPA 관세(전체 트럼프 관세의 약 55%)가 무효화되었지만, 미국 경제가 직면한 관세 tax rate는 여전히 9.1%에 달한다. 이는 194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2025년~2026년 초 제외)이다.
예일 대학교 버젯 랩(Budget Lab)에 따르면, 남은 관세들만으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약 0.6% 포인트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약속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관세를 통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이다.
세계 무역 질서의 불확실성이 2026년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법적 승소의 기쁨보다는 행정부의 다음 ‘변칙 공격’에 대비해야 할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