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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로또 시대 개막…편의 뒤에 가려진 8000곳 판매점의 불안

스마트폰으로 로또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국내 복권 시장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2002년 로또 도입 이후 24년간 유지돼 온 오프라인 중심 구조가 사실상 처음으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편의성 확대’와 ‘규제 합리화’를 내세웠지만, 전국 8000여 곳 복권 판매점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변화는 한국만의 실험이 아니다. 미국은 이미 주(州) 단위로 모바일 복권 구매를 허용하며 ‘디지털 복권’ 시대를 앞서 경험하고 있다. 다만 제도 설계와 속도, 그리고 오프라인 판매점 보호 방식에서는 한국과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2026년 2월 9일부터 동행복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바일 로또 구매를 허용했다. 2018년 PC 구매 허용 이후 8년 만이며, 로또 도입 이후로는 24년 만의 규제 완화다.

정부는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제한 장치를 뒀다. 모바일 구매는 평일에만 가능하며, 1인당 한 회차 구매 한도는 5000원으로 제한된다. 전체 온라인 판매 비중도 전년도 로또 판매액의 5% 이내로 묶었다. 지난해 로또 판매액이 약 6조30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판매 상한선은 약 3150억원이다.

수치상으로는 제한적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전국 8000여 곳의 로또 판매점은 판매액의 5%를 수수료로 받는데, 1000원짜리 로또 한 장을 팔아도 점주에게 남는 돈은 부가세를 제외하면 약 50원 수준이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제하면 실질 수익은 더 줄어든다.

점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판매액 감소’ 그 자체보다도 소비 습관의 변화다. 현금을 들고 직접 가게를 찾던 손님이 모바일 구매에 익숙해질 경우, 오프라인 판매점의 존재 이유가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다수의 주에서 모바일 또는 온라인 복권 구매가 허용되고 있다. 다만 한국과 달리 연방 단위가 아닌 주 정부가 각각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뉴욕, 미시간,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여러 주에서는 주 복권청 공식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로또, 즉석복권(스크래치), 파워볼, 메가밀리언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결제 역시 신용카드, 체크카드, 전자지갑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미국의 모바일 복권은 ‘전면 허용’에 가까운 구조다. 구매 요일 제한이 없고, 주별로 정한 1일·1주 구매 한도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전체 복권 판매액의 상당 비중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주도 존재한다.

다만 미국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모바일 복권 도입 초기에는 소규모 판매점의 반발이 거셌고, 이에 따라 일부 주에서는 오프라인 판매점과 수익을 공유하거나, 온라인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역사회 기금이나 판매점 지원 프로그램으로 환원하는 장치를 병행했다.

또한 미국은 복권 판매점이 노인·장애인·저소득층의 자활 수단이라는 점을 제도 설계 단계에서 비교적 명확히 인식하고, 주 정부 차원의 보완 정책을 함께 추진한 사례가 많다.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차이는 ‘속도’와 ‘보호 장치’다. 미국은 모바일 복권을 허용하면서도 단계적으로 판매 비중을 늘리고, 판매점 보호 대책을 병행해 왔다. 반면 한국은 판매 비중을 5%로 제한했지만, 일단 모바일 구매의 문을 열어 소비 습관 변화라는 구조적 변수를 먼저 허용한 셈이다.

또 하나의 차이는 시장 구조다. 미국은 주별로 복권 운영 주체가 분산돼 있고, 판매점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한국은 동행복권 단일 구조에 판매점 수익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모바일 판매 확대가 판매점에 미치는 충격은 한국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복권은 분명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 편의성이 특정 계층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정책의 정당성은 다시 질문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사례는 모바일 복권이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판매점 매출 변화, 중독 위험, 취약계층 영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실질적인 상생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 스마트폰으로 산 로또 한 장은 누군가에겐 일상의 편리함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하루 수입의 일부가 사라진 신호일 수 있다. 기술의 진보가 공정한 진보가 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이제 정책의 시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