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60대 간병인이 거액의 재산을 보유한 102세 노인과 가족 몰래 혼인신고를 해 자녀들과 법적 갈등을 빚고 있는 사건이 알려지며, 고령자 혼인과 재산 보호를 둘러싼 제도적 허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 매체 ET투데이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타이중의 한 병원 앞에서 102세 남성 A씨의 가족과 68세 여성 간병인 라이 모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병원 출입구에서 대기 중이던 A씨의 아들과 며느리 등 10여 명은 간병인을 향해 “아버지를 빼앗아 갔다”며 격렬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가족은 간병인이 자신들 모르게 A씨와 혼인신고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성년후견인 선임 절차를 진행하던 중, 이미 지난달 A씨와 간병인이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혼인 이후 간병인이 A씨 명의의 부동산과 보험금 등 약 2억 대만달러, 한화로 약 93억 원 상당의 재산을 관리하거나 이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족 측은 A씨가 고령으로 인지 능력이 저하돼 정상적인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태였으며, 간병인이 이를 악용해 혼인신고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과거 부동산 중개업으로 성공해 7억~8억 대만달러, 우리 돈 약 325억~371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간병인은 10년 넘게 A씨를 돌봐온 인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간병인 측은 “혼인은 합법적으로 진행됐고 강제성은 없었다”고 반박하며, 가족을 모욕 및 폭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혼인신고를 접수한 행정기관 역시 “혼인신고 당시 A씨는 질문에 정상적으로 답변할 수 있었고, 행정 절차상 하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양측은 혼인의 유효성과 재산 관리 권한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 같은 사례는 대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에서도 제도적으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경우, 민법상 혼인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가능하며, 혼인신고 당시 법원이 사전 심사를 하지 않는다.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결정이 내려지기 전이라면, 고령자라 하더라도 혼인 자체를 막을 법적 장치는 사실상 없다. 실제로 혼인 무효를 다투기 위해서는 사후적으로 당사자의 의사능력 결여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가족에게 상당한 입증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州)별로 혼인 요건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성인이면 혼인이 가능하며, 사전에 후견 명령이나 법원의 제한 조치가 없는 한 혼인신고를 행정적으로 막기 어렵다. 다만 미국은 혼인 전후 재산 이전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내부 심사나 가족의 민사소송을 통해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혼인이 사기나 부당한 영향력(undue influence)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이 입증되면 혼인 취소나 재산 반환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간병인, 동거인, 지인과의 혼인을 둘러싼 분쟁이 아시아뿐 아니라 미주 지역에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특히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의 경우, 혼인·증여·보험 변경 등 중요한 법률행위 이전에 성년후견 또는 한정후견 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만 사례는 혼인의 자유와 고령자 보호 사이의 균형, 그리고 사후 분쟁이 아닌 사전 예방 제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과 미국 역시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제 활용이 늦어질 경우 가족과 당사자 모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갈등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