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2인자인 J.D.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방안을 먼저 언급하면서, 새해 들어 미국의 대북 외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밴스 부통령을 면담한 뒤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밴스 부통령이 “북한과 관계 개선에 대한 용의는 있는데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겠느냐”며 조언을 구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김 총리는 “북한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사와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이라며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한미 고위급 회담에서는 한국이 북한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미국의 협조를 요청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 밴스 부통령이 먼저 북한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여전히 주요 외교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의 냉담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접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 이후 줄곧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혀왔고, 지난해 10월 한국 방문 당시에는 제재 완화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지금까지도 북미 간 대화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이란, 그린란드 등 다양한 외교 현안에 역량을 분산하고 있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 역시 과거와 달리 미국을 자극할 수준의 도발을 자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교착 상태를 돌파할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4월 중국 방문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경호·의전 여건을 갖춘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방중을 계기로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이 다시 모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김 총리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회담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의례적 발언일 가능성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국을 배제하지 않고 의견을 구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다만 남북 대화가 완전히 단절된 현 상황에서 한국의 중재 역할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