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이지만, 동시에 외부 오염물질이 가장 먼저 유입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무심코 현관에 두는 생활용품들이 가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의료·환경보건 분야에서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래되거나 밑창이 닳은 신발이다. 신발의 충격 흡수 기능은 착용 거리와 시간에 따라 급격히 저하되며, 운동화를 약 500km 이상 신을 경우 쿠션 기능이 2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션이 손상된 신발을 계속 착용하면 무릎 관절과 척추에 전달되는 충격이 증가해 관절염, 허리디스크, 족저근막염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외관상 새것처럼 보이는 신발이라도 장기간 착용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중창 소재가 경화되며 기능이 저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외출 후 사용한 마스크를 현관에 걸어두거나 재사용하는 습관도 건강에 좋지 않다. 일회용 마스크 내부는 호흡으로 인해 습해지며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특히 KF94와 같은 고효율 마스크는 습기와 오염에 노출되면 필터의 정전기 성능이 떨어져 미세먼지와 병원체 차단 효과가 현저히 감소한다. 재사용 시 호흡기 감염 위험뿐 아니라 여드름, 접촉성 피부염 등 피부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흔히 놓는 오래된 조화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조화는 플라스틱과 합성섬유, 화학 염료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플라스틱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방출할 수 있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일부 조화 제품에서 단쇄염화파라핀과 다이옥신 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단쇄염화파라핀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한 성분으로, 장기간 노출 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비 오는 날 사용한 젖은 우산을 현관에 그대로 두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습기가 지속되면 곰팡이와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곰팡이 포자가 공기 중으로 퍼지면서 알레르기 비염, 천식, 만성 기침 등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일부 곰팡이가 생성하는 마이코톡신은 간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출 시 사용한 가방과 택배 상자 역시 현관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가방 바닥과 손잡이에서는 대중교통 바닥이나 공공장소를 통해 옮겨온 세균과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사례가 많다. 택배 상자는 유통 과정에서 먼지와 곰팡이 포자, 해충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개봉 후 장시간 현관에 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출복과 외투를 현관에 장기간 걸어두는 것도 실내 공기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외투에는 초미세먼지, 자동차 배기가스 잔여물, 중금속 등이 부착될 수 있으며, 밀폐된 공간에서 이러한 오염물질이 다시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의학 전문가들은 현관을 단순한 수납 공간이 아닌 ‘외부 환경과 내부 생활공간을 구분하는 완충지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필요한 물건을 최소화하고, 젖거나 오염된 물품은 즉시 정리·세척하는 것만으로도 실내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