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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그린란드 두고 충돌”…하원, ‘51번째 주’ vs 상원, 병합·점령 금지 법안

= 미 의회, 그린란드 두고 정면 충돌
= 하원선 ‘51번째 주’ 법안…상원선 병합·점령 금지 법안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가운데, 미국 의회 내에서 이를 둘러싼 상반된 입법 움직임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하원에서는 그린란드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반면, 상원에서는 나토(NATO) 동맹국 영토를 점령하거나 병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초당적 법안이 제출됐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The Hill)에 따르면, 랜디 파인 공화당 하원의원(플로리다)은 12일(현지시간) ‘그린란드 합병 및 주 지위 부여 법안’을 발의했다. 파인 의원은 “그린란드는 단순한 외딴 전초기지가 아니라 미국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자산”이라며 “누가 그린란드를 통제하느냐에 따라 북극 항로와 미국 방위 체계가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덴마크와 협상을 통해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로 병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획득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합이 완료될 경우 대통령은 신규 영토를 주로 편입하기 위한 연방법 개정안을 포함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백악관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그린란드 병합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우선 과제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원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잔 샤힌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와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상원의원은 13일 나토 회원국 영토를 봉쇄·점령·병합하거나 군사작전을 통해 통제하는 데 의회 승인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샤힌 의원은 “미국 납세자의 세금이 나토를 분열시키고 동맹에 대한 약속을 훼손하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으며, 머코스키 의원 역시 “동맹국에 불리한 방식으로 미국의 막대한 자원을 사용하는 발상 자체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원에서도 유사한 견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빌 키팅 민주당 하원의원이 주도하는 초당적 의원 그룹 역시 그린란드를 포함한 나토 영토 병합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발언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그린란드에 대한 전쟁이나 병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외교부 장관들은 14일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JD 밴스 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옌스-프레데릭 닐슨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와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이 아닌 덴마크를 선택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특히 “그린란드 침공은 나토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토 동맹 유지가 미국 방산업계에도 핵심 이해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욘 라베크 클레멘센 덴마크 왕립국방대학 북극안보연구센터장은 “미국 방산업체들의 유럽 판매는 나토 체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헌법상 전쟁 선포권은 의회에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권한이 확대돼 왔다. 매튜 왁스먼 컬럼비아대 로스쿨 국가안보법 프로그램 책임자는 “의회가 정치적 의지를 갖는다면 법안과 예산권을 통해 대통령의 군사적 행동을 견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 의회의 엇갈린 입법 전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전략이 동맹 질서와 미국 정치 내부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