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어딧는지 모른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선물 같은 하루’”
“봉사는 말이 아니라 발걸음이었다”
봉사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하물며 태평양 건너 지구 반대편에 사는 재미동포들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모국의 어르신들을 위해 마음을 모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 기적 같은 하루가 12월 17일, 고양시에서 펼쳐졌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총회장 서정일) 한국지부(지부장 서동하)는 이날 재미동포사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고양시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문화나눔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의 이름은 ‘선물 같은 하루’. 이름 그대로, 누군가의 겨울 한가운데에 조용히 내려앉은 선물이었다.
가장 외로운 곳에서 열린 가장 따뜻한 잔치행사가 열린 곳은 고양시 흰돌아파트 4단지. LH 국민임대아파트로 구성된 이곳에는 1141세대, 약 1500여 명의 노인과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이 밀집한 이 단지는 고양시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LH의 토지 지원을 받아 설립한 ‘고양시흰돌종합사회복지관’이 함께 숨 쉬고 있는 곳이다.

이날 복지관 3층 대강당에는 120여 명의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이 모였다. 푸짐한 선물 꾸러미를 손에 안고, 오랜만에 “오늘은 사람들 속에 있다”는 온기를 느끼는 얼굴들이었다. 누군가는 말없이 웃었고, 누군가는 공연 내내 손뼉을 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웃음과 노래,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 행사는 개그맨 이용근 씨의 사회로 시작됐다.
경기민요 명창, 국악 명창, 트로트 가수, 통기타 가수들이 출연해 모두 무료 자선공연으로 무대를 채웠다. 특히 KBS <6시 내고향> ‘오만보기’로 잘 알려진 개그맨 출신 탤런트 이정용 씨의 깜짝 출연은 어르신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한 어르신은 “이렇게 웃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무대 위의 노래와 웃음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우리는 잊히지 않았다”는 메시지였고,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조용한 위로였다.
“봉사는 쉽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최선을 다합니다”
임보혜 고양시흰돌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인사말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봉사라는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복지관 전 직원 41명은 매일 어르신 한 분 한 분을 가족처럼 섬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어 그는 “춥고 외로운 겨울을 보내고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이렇게 큰 잔치를 열어주신 미주총연과 재미동포사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번 행사를 이끈 서동하 미주총연 한국지부장은 환영사에서 회원들에게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주 ‘사랑의 김장 나눔’에 이어 오늘 이 자리까지, 묵묵히 함께해 주신 회원 여러분 덕분입니다.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어 그는 어르신들을 향해 말했다.
“내년 어버이날에도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올겨울 유난히 춥다고 합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 말은 약속이었고, 다짐이었다.

미주총연 한국지부는 이번 행사에 앞서 ‘사랑의 김장 나눔’을 통해 김장김치 500포기를 고양시 소재 10개 사회복지시설과 홀트학교에 전달한 바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된 마음은 김치 한 포기, 노래 한 곡, 웃음 한 번으로 조용히 어르신들의 겨울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날 무대에는 이명희 경기민요 명창, 트로트 가수 김진하·임원선, 국악명창 오현서, 통기타 가수 트라이 앵글, 카이앤 앙상블, 고고장구 팀이 함께했다.
누구도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저 “함께 웃고 싶어서” 모였을 뿐이다.
이날 어르신들 중 누군가는 집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미국이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은 정말 선물 받은 하루였어요.”
봉사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었다. 멀리서 건너온 마음 하나가 외로운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봉사였다. 그리고 그날, 고양시의 작은 복지관에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