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상속인이 없어 국고로 귀속된 유산이 연간 1조 원을 훌쩍 넘어서며 사회적 논쟁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로 귀속된 상속인 없는 유산은 약 1조 2천억 원 규모로, 10년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초고령사회, 1인 가구 증가, 무자녀 노인의 급증이 만든 새로운 사회 문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에서는 최근 ‘사후 기부(유증 기부)’가 하나의 사회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전에 유언장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동물원, 병원, 아동복지, 재난 지원 단체 등 공익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 일본, “국가 귀속 대신 사회 환원”으로 인식 전환
최근 요코하마의 한 동물원에서는 생전 해당 동물원을 자주 찾던 시민이 자신의 유산 전액을 동물원 운영기금으로 남겨 화제가 됐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러한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사후 기부 관련 세미나에는 70~80대 참가자가 몰리고 있으며, 유언장 작성과 기부처 선정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행정 사무소까지 등장했다.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사후 기부 전용 상담 부서와 기부처 데이터베이스까지 구축된 상태다.
참가자들은 “국가에 귀속되기보다 사회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남기고 싶다”, “마지막까지 사회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 한국도 빠르게 일본 닮아간다…그러나 대비는 부족
한국 역시 일본과 똑같은 경로를 밟고 있다.
1인 가구 비율 급증
고령층 단독 가구 증가
미혼·무자녀 인구 확대
가족 간 단절 심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유언장 작성률이 매우 낮으며, 상속 계획 없이 사망할 경우 재산이 자동으로 법정상속 또는 국가 귀속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가족 간 소송이 길어지고, 부동산·예금 일부가 소송 비용으로 소모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현재 한국에서 가능한 사후 대비 방법은 공정증서 유언장 작성, 생전 증여, 기부처 지정, 그리고 법무사를 통한 사후 재산 처리 대리인 지정 등이 있다. 그러나 제도 인식 자체가 매우 낮은 상황이다.
🟦 미국은 이미 ‘사후 기부’가 상속 설계의 기본
미국에서는 사후 기부가 부유층만의 선택이 아니다.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도 상속 설계(Estate Planning)의 기본 항목 중 하나다.
미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조가 일반적이다.
Will(유언장)
Living Trust(생전 신탁)
Beneficiary(수익자) 지정
Charity Beneficiary(기부 수익자) 등록
이 제도를 활용하면 자녀가 없어도 자산이 자동으로 지정된 단체로 이전되며, 일부는 가족, 일부는 사회 기부로 나누는 방식도 가능하다. 특히 상속세(Estate Tax) 절감 효과까지 고려한 설계가 일반화돼 있다.
🟦 재외동포에게 더 중요한 사후 자산 정리
한국과 미국에 자산이 동시에 존재하는 재외동포의 경우 사후 정리는 더욱 복잡하다.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해외 거주 중인 경우, 배우자 사망 후 홀로 남은 경우, 친족과 단절된 경우라면 유언장과 신탁 없이 사망할 경우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 한국 자산 → 한국 상속법 적용
✔ 미국 자산 → 미국 Probate(상속재판) 진행
✔ 행정 처리만 수년 소요
✔ 소송 비용으로 자산 상당 부분 감소
전문가들은 “국가별 자산을 나누어 정리하지 않으면, 사망 뒤 가족도, 사회도 모두 피해를 입는 구조가 된다”고 경고한다.
🟦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국고 귀속’이 현실이 된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준비를 권고한다.
한국: 공정증서 유언장 필수
미국: Will + Trust 병행
기부 의사 있을 경우 명확히 명시
자산 처리 대리인 생전 지정
한국·미국 자산 구조 분리 관리
일본의 국고 귀속 1조 원 증가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과 재외동포 사회 역시 같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노후 준비는 연금과 의료를 넘어, 사후 자산의 향방까지 포함하는 ‘엔딩 플랜’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재외국민신문(hiuskorea.com) 강인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