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만 모 두부 공장까지 멈출 위기… 수입 콩이 사라지고 있다
― 원료 부족에 몰린 중소 두부·장류업계,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 “두부, 우리 식탁의 기본… 그러나 그 바닥은 수입콩이었다”
두부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반찬이지만, 그 원료의 대부분이 외국에서 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두부·된장·간장 등 장류의 약 80%가 수입 콩(대두)**으로 만들어진다. 즉, 우리의 ‘국산 반찬’은 실상 글로벌 공급망 위에 서 있는 셈이다.
■ 강릉·광주·전남 두부공장들 “원료가 바닥났다”… 전국적 셧다운 위기
강릉의 대표적인 전통 두부 제조업체 강릉초당두부는 하루 4만 모를 생산해왔지만, 다음 달 초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들여오는 수입 콩 물량이 부족해 원료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같은 달 중순에는 광주·전남 지역 두부 제조사 80여 곳이 원료를 소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두유 제조업계도 “11월부터는 원료가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 원인 ① 수입 콩 물량 급감… 지난해보다 13% 감소
올해 국내에 수입된 콩 물량은 전년 대비 약 13% 줄어든 27만 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추세라면 4분기 중 원료가 완전히 고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원인 ② 미국산 콩 의존 구조의 흔들림
국내 두부·장류 업계가 사용하는 수입 콩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미국산 콩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은 **미국산 대두 약 64만 2천 톤(3억 2,600만 달러 규모)**을 수입했으며, 식품용 콩 시장에서 **미국산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미국산 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알갱이 크기가 균일해 두부·된장 제조에 적합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 생산 감소, 물류비 상승, 환율 부담, 국내 정책 변화 등이 겹치면서 미국산 콩의 안정적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콩이 줄면 대체 수입선이 마땅치 않다. 결국 원료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원인 ③ 수입 구조의 비효율과 독점 문제
수입 콩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통해 들여오며, 직배 또는 공매 방식으로 국내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T가 수입과 분배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제조업체가 원하는 품질의 콩을 자유롭게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두부 제조용 콩은 단백질 함량·크기·색상에 따라 제품 품질이 크게 달라지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맞춤형 원료 선택이 불가능하다.
■ 원인 ④ 국산 콩 확대 정책의 ‘급가속’
정부는 국산 콩 소비 확대를 목표로 수입 콩의 직배 물량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국산 콩은 수입산보다 3배 이상 비싸 중소 두부·장류업체에는 큰 부담이다. 업계는 “정책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돼 적응 시간이 없었다”고 토로한다.
■ 원인 ⑤ 공급 부족 → 공매 과열 → 가격 폭등
최근 수입 콩 공매에서 낙찰가는 톤당 60만 5천 원으로, 이전보다 70% 이상 상승했다. 공급량이 줄면서 경쟁이 과열돼, 일부 업체는 낙찰 자체에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중소업체들은 원료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 “수입 콩 없이는 두부도 없다”
국내 두부시장의 약 80%는 수입 콩으로 만든 제품이다.
수입 콩이 안정적으로 들어올 때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최근의 공급 차질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국산 콩으로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생산량·가격·품질 모두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 향후 전망: “두부 품절 사태, 현실화될 수도”
단기적으로는 원료 확보 실패 → 공장 가동 중단 → 공급 차질 → 소비자 가격 급등 및 품절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산 등 수입선 다변화 ▲품종 다양화 ▲국산 콩 생산 인프라 확충 ▲민간 자율 수입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업계는 “일본처럼 민간이 직접 원료를 수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식량안보 차원의 경고음
두부·장류 원료의 안정성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식량안보와 서민 밥상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정부가 국산 콩 자급률을 높이려는 방향은 옳지만, 수입 콩 의존도를 급격히 줄이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주요 수입국인 미국·브라질·캐나다 등 글로벌 대두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시급하다.
한 모 두부는 작지만, 그 속에는 복잡한 국제 공급망이 깔려 있다.
지금 강릉초당두부를 비롯한 전국 중소 두부공장들이 멈춰야 할 상황은 단순히 ‘두부 한 팩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아니라, 국내 식품 제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