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국계 해외입양인 약 1만7500명이 아직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추방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에서 건너온 이들은 대부분 영아 시절 입양돼 미국 사회 속에서 ‘미국인으로’ 자라났다. 그러나 서류 한 장의 부재로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난 줄 알았다”… 입양동포들의 불안한 하루
지난 수십 년간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동포는 총 11만3402명.
그중 1만7547명은 아직까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다.
이들 대부분은 1970~1990년대 한국에서 입양된 아이들로, 당시 입양 절차가 미비해 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누락한 사례가 많다.
문제는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으로 인해 상황이 한층 더 위태로워졌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신속추방 제도(expedited removal)’를 확대하고, 학교·교회 등 공공장소에서도 단속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이어 시행된 **‘레이큰 라일리법(Laken Riley Act)’**은 범죄자뿐 아니라 경범죄나 단순 행정위반자까지도 추방 대상으로 규정했다.
입양동포들은 자신이 ‘시민권자’인 줄 알고 살다 갑작스레 추방 통보를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 “국가가 입양인의 울타리가 되겠다”던 약속, 아직은 공허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가 입양인 여러분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외교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재외동포청 등 정부 부처가 많지만, 책임지는 곳은 없다.
외교부는 “재외동포청 소관”이라며 손을 뗐고,
재외동포청은 “별도의 대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수많은 부처와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누구도 당사자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 ‘부처는 넷, 단체는 수십’… 쪼개진 정책과 흩어진 목소리
현재 해외입양인 관련 업무는 네 개 부처 외에도,
-한국보건복지부 산하 입양기관
-재외동포청 내 해외입양지원과
-여성가족부의 아동복지정책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국 등
서로 다른 기관이 따로따로 관리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Adoptee Rights Campaign
-KADU (Korean Adoptees United)
-NAKASEC (전미한인교육문화센터)
-IKAA (International Korean Adoptee Association) 등
미주와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단체가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와 단체 간 협력 구조가 부재해,
‘단체는 많지만 목소리는 흩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미주한인사회가 느끼는 ‘공동체의 책무’
LA, 시카고, 뉴욕 등 미주 각지에는 시민권 없이 살아가는 입양동포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한국어를 몰라도, 한국을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와 같은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 번의 행정 누락으로 ‘불법체류자’가 되어 추방 명령을 받는 현실은 냉혹하다.
이에 따라 미주 각지의 한인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연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Adoptee Rights Campaign, KADU (Korean Adoptees United), NAKASEC (전미한인교육문화센터) 등은
미 의회에 **‘입양동포 시민권 자동 부여법(Adoptee Citizenship Act)’**의 재상정을 촉구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추방정책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 “그들은 미국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이다”
1980년대 LA공항에서 한국에서 건너온 갓난아기를 안고 있던 미국인 양부모의 사진은,
지금 다시 보면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상징한다.
전쟁 이후의 가난, 사회복지의 부재, 그리고 해외입양이라는 제도 속에서 떠나야 했던 수많은 아이들.
그 아이들이 이제 40~50대가 되어, “나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질문은 사실 우리에게 향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그리고 미주 한인사회는, 이들을 여전히 우리의 가족으로 기억하고 있는가?
🕊️ “이제는 우리가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입양동포의 시민권 문제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역사 속 희생자이며, 동시에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다.
이제는 정부의 외교적 대응을 넘어,
미주한인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한국과 미국 정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우리가 외면한다면, 또 다른 이민 세대의 아이들이 똑같은 상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재외국민신문(hiuskorea.com) 강인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