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할 때 은퇴” 문화 속 다양한 일자리
[서울=○○일보]
한국의 고령 노동자 절반 가까이가 퇴직 후 경비원이나 환경미화원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코스트코(Costco), 우체국(USPS), 학교 행정직 등 다양한 일자리에서 고령자가 본인이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어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은퇴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한국, 퇴직 후 경비·청소로 몰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고령자 근로환경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동자의 47.3%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연령 평균(16.6%)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50대까지만 해도 단순노무직 비율은 15.1%에 불과했지만, 법정 정년(60세)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증가한다. 70대 노동자 가운데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72.1%, 80세 이상 초고령층에서도 취업자의 88.9%가 단순노무직으로 나타났다.
단순노무직 중에서도 특히 청소·경비 분야가 압도적이다. 60대 초반에는 46.2%, 70대에는 67.3%가 청소원·환경미화원·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80대에서는 무려 76%에 달한다.
전문직 비율은 30~40대가 정점(33.3%, 29.3%)을 찍은 뒤 50대부터 감소해 60세 이상에서는 8.1%에 불과했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원은 “퇴직 후 경비·청소 외에는 선택지가 거의 없는 구조”라며 “고령자 일자리가 저임금·비정규직 단순노무직에 집중되는 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지적했다.
■ 美, 정년 개념 없어 “내가 원할 때 은퇴”
한국과 달리 미국은 법정 정년이 없다.
따라서 개인이 건강과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은퇴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65~74세 인구의 약 27%가 여전히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75세 이상에서도 8%가 일하고 있다. 이들이 종사하는 분야는 의사·변호사·교수 같은 전문직뿐만 아니라, 리테일·공공기관·교육 현장 등 매우 다양하다.
📌 코스트코·월마트 등 리테일 업종
대형 마트에서 고령 직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계산대, 안내 데스크, 재고 정리, 시식 코너 등 다양한 업무를 맡으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과 의지만 있다면 퇴직 압박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다.
📌 미국 우체국(USPS)
우체국은 고령 친화적 고용처로 꼽힌다. 우편물 분류·배달, 창구 안내, 행정 보조 등 다양한 직무에서 노인 인력이 활동한다. 일정 근속 이후 연금 혜택도 제공돼 안정적이다.
📌 학교(행정직·교직 보조)
퇴직 교사가 대체 교사로 활동하거나, 교직 보조(TA)로 파트타임 근무를 이어간다. 또한 행정직으로 전환해 학교 사무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소속감을 유지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 제도·문화적 차이가 만든 격차
한국에서는 정년 이후 경력 단절이 가장 큰 문제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적어 생계를 위해 재취업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력을 인정받기 어렵고 결국 단순노무직으로 쏠린다.
반면 미국은 연금 제도와 고용 문화의 차이가 크다. 사회보장연금(SSA)에 개인연금(401k, IRA 등)을 더해 기본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하고, 필요하면 파트타임으로 소득을 보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인은 생산성이 낮다”는 인식이 강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노인의 경험은 자산”이라는 관점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이로 인해 고령자도 자신의 경력과 의지를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다.
■ 전문가 “한국도 은퇴 구조 바꿔야”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초고령화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고령자를 단순노무직에 몰아넣는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지은정 연구원은 “60세가 넘었다고 생산성이 사라지는 게 아님에도, 정년 이후에는 경력을 살릴 기회가 거의 없다”며 “노인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와 파트타임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60세 이후 ‘경비·청소 일자리 일변도’라는 현실에 갇혀 있다.
반면 미국은 전문직뿐 아니라 코스트코, 우체국, 학교 등 일상적인 직종에서도 고령자가 원하는 시점까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고령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은퇴 강제 구조를 완화하고 경력 활용형 일자리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