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상대로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시키는 데 주력했지만, 그 중심에는 미국의 가장 두려운 적대국인 중국과의 패권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비슷한 ‘스트롱맨’으로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늘 “좋아한다”거나 “잘 지낸다”며 아무렇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제·안보 등 주요 부문에서 언제나 중국에 대한 견제와 경쟁이 작동하고 있다.
동맹국도 가리지 않는 식으로 시작된 관세전쟁은 결국 중국에 대해서만 145%의 막대한 추가 관세 부과로 이어지며 본색을 드러냈고, 군사적 옵션까지 배제하지 않으며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려는 시도의 배경에는 중국 자본의 파나마 운하 항구 경영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특히 트럼프는 첫 임기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마무리짓기 위해 일찌감치 선전포고를 했다. 중국 역시 트럼프 1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드러내며 장기전 태세로 맞서고 있어 트럼프 2기에서의 미중 패권경쟁의 결과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강대강 전쟁이 끝까지 이어지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살얼음 걷는 트럼프-시진핑…정상회담 차일피일
트럼프 2기 출범 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한차례 통화를 가졌다. 당초 트럼프가 당선 직후 시진핑 주석과 통화했다는 미국 언론 등의 보도가 있었으나 중국은 당시 ‘축전’을 보냈다고 일축했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이 그리 달갑진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시절 중국과의 무역 수지 불균형과 불공정한 통상 관행 등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자신의 두 번째 임기 때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중국의 최혜국대우(MFN)을 박탈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정상 간 교류는 물론이고 양국을 둘러싼 가장 큰 현안인 무역과 관련한 협상 역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협상 중이라고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가짜뉴스’로 치부하며 “양측은 관세 문제에 대해 협의 또는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100% 넘는 관세 주고받은 미중…패권경쟁 재연
미국은 지난 2월 4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미국이 공언했던 ‘60%’에는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중국은 즉각 보복으로 맞섰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명령 발효 직후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품에 15%의 추가 관세와 원유 등 일부 품목에 10%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도체 원료인 텅스텐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개시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3월 4일 기존 10%였던 대중 관세율을 20%로 상향했고, 중국도 미국산 농·축산물 740개 품목에 추가로 10% 또는 15%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으로 미국의 상호관세에 맞섰다. 미국의 상호관세율 발표 직후 중국은 모든 미국산 제품에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중국의 반격에 미국은 지난 8일 5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밝혔고 중국도 기존 34%에 미국이 제시한 관세율인 50%를 더해 8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상호관세율을 125%로 인상하자 중국도 지난 12일부터 모든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45%, 중국의 대미국 관세는 125%에 달하는 수준이 됐다.
= ‘시진핑의 시간’ 속 트럼프의 선택은
양측 간 통상 전쟁이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배경에는 세계 경제규모 1, 2위이인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상대했던 경험이 있는 중국은 ‘버티기’ 모드를 유지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끝까지 맞설 것”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동안 대미 의존도를 줄여왔던 시 주석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며 협상을 요청하는 식의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유화의 메시지가 나오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145% 수준의 상호관세율을 약 50~65% 수준으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 계획을 공개한 첫날 중국에 부과한 관세율인 54%(34+20%) 수준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자동차 부품과 관련한 관세에 대해서도 일부 면제가 적용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대미 수출시 중국산 자동차 부품은 다른 국가들과 당분간 동등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중 관세를 얼마나 빨리 인하하려느냐’는 질문에 “향후 2~3주 이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며 “이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도 일부 미국산 반도체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으나, 중국 현지 언론은 업계 관계자 등을 인용해 중국이 반도체 등 8종에 대해 보복관세를 철회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이 협상 국면을 맞이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역협상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반도체 수출 통제 등을 통해 대중국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관측돼 드라마틱한 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 양국 갈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정은지 특파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