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푸틴 편에서 우크라 비판…유럽 “미국 안보지원 못믿어”
= 자강론 나토를 통한 기존 집단안보체제에도 의구심
= 방위산업 강화 필요성 대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시작하면서 그가 공언한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미국과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평화 회담을 진행하면서 종전에 물꼬를 텄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모두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두 정상 간 회담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유럽 국가들이 회담에서 제외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편을 들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비판한 것은 유럽에 충격을 가져다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종전을 고리로 밀착하면서 ‘전통적인 동맹’인 유럽과 미국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어 세계 안보 지형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인 "미국, 동맹 아닌 파트너"…나토 존속에도 의구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를 ‘선거 없이 집권한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그의 정당성을 공격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유럽 안보는 유럽이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편을 들면서 유럽을 적대시하는 태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의 명령을 따르며 미국을 러시아의 궤도 안으로 몰아넣으려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 변화는 미국에 대한 유럽 국민들의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유럽인들은 미국을 ‘동맹’이라기보다 ‘필요한 파트너’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토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도 제기된다. 슬로바키아의 페테르 바토르 전 나토 주재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어느 한 회원국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방어해 주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가 바로 동맹의 끝이 시작되는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 70년 간 협력 무너뜨려"…유럽 내 '자강론' 부상>>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관계 개선에 주력하면서 유럽 내에서는 종전 여부와 관계없이 자강론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묵인 하에 러시아의 위협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전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트럼프가 계속해서 러시아를 지지하고 유럽이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유럽 안보에 대한 위협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며 “푸틴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며 이는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 등에서 많은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자국 국경 문제를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되든 전쟁이 지속되든 유럽은 지도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한 의원은 “미국은 70년간 유지해 온 협력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며 “나토의 핵심 기둥이 여전히 미국이라는 점은 변함없지만, 이제 미국이 누구를 적으로 간주하고 누구를 동맹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유럽은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의견을 모을 지도자로는 현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꼽힌다.
유럽의 방위산업을 강화할 필요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유럽은 그동안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오면서 유럽의 방위산업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직 독일 국방부 관료인 니코 랑게는 “미국이 유럽에서 군사적 역량을 축소한다면, 유럽은 곧바로 그 공백을 메울 준비를 해야 한다”며 “유럽이 ‘미국 무기를 구매하자’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국 산업이 신속히 더 많은 생산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규 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