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포르투갈 최초 제로웨이스트 식료품점 '마리아 그라넬' 점장 타티아나 뎀보
Featured 워싱턴

이베리아 반도 최초 제로웨이스트 매장…쓴 종이봉투도 반납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제로웨이스트 매장 ‘마리아 그라넬’ 모습

<<기부받은 유리병이 '용기' 식품 벌크로 제공…대형 마트도 리필 확대 동참>>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아우발라드(Alvalade) 역 인근 1층의 한 식료품 전문점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포장지가 단 한 장도 없었다. 보거나 만질 수 있는 플라스틱은 제품을 담고 있는 용기뿐이다. 주민들이 기부하고 간 통조림 캔이나 유리병에 밀과 보리, 땅콩부터 월계수 잎, 박하잎(menta) 등을 담아 살 수 있다.

23일(현지시간) 찾은 ‘마리아 그라넬'(Maria Granel)은 지난 2015년 이베리아반도에 처음 문을 연 제로웨이스트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알맹상점과 아로마티카, 셉틱탱크 등 여러 매장이 문을 열고 있으나, 유럽의 탄소중립 지향 식료품 매장은 한 발 더 빨랐다.

이 매장은 고객이 직접 가져온 용기나 재사용할 수 있는 병을 활용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회용기는 직접 가져와도 되고, 매장에 있는 기증품을 쓸 수도 있다. 재활용지로 만든 종이봉투도 비치돼 있는데, 한 소비자는 앞서 쓴 종이봉투를 다시 들고 와 반납하기도 했다.

모든 식료품은 벌크 형태로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용기의 무게를 사전에 측정하고 원하는 양만큼 제품을 담아가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어린 딸과 함께 매장을 찾은 엘라 씨는 “집에 필요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지 않은 점도 좋고, (플라스틱 등 폐기물 처리비용을 아낀 만큼) 유기농 재료를 다른 매장보다 합리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점도 만족”이라고 설명했다.

매장 직원 타티아나 뎀보(tatiana dembo)는 “소비자들이 (식료품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식품 폐기물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아 그라넬은 10년 새 매장을 한 곳 더 늘렸다. 한 곳은 도심 가까운 곳에, 다른 곳은 거주지 한복판에 전개 중이다. 창업자인 에우니시 마이아(Eunice Maia)는 “소비자들에게 환경 친화적인 생활 방식을 제안하고,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장은 단순히 식료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제로웨이스트 관련 워크숍과 커뮤니티 활동을 주최하며 지역 주민들과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매주 열리는 환경 강연과 재활용 워크숍은 특히 젊은 세대의 참여가 활발하다.

제로웨이스트 바람은 포르투갈 곳곳으로 확산 중이다. 마트 체인 콘티넨테(Continente)는 일부 매장에서 ‘리필 스팟’을 운영하여 세제와 견과류 등의 제품을 리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매장은 곡물, 견과류, 허브류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화장품까지 리필 방식으로 제공 중이다.

포르투갈 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을 지원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행된 플라스틱 포장재 감축 법안은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형 매장에 재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 옵션을 의무화했다. 포르투갈이 참여한 유럽연합(EU) ‘순환 경제 행동 계획’에 따르면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서는 ㎏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한다.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