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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텍사스·뉴욕·캘리포니아 ‘오염물질 최다’… VA,MD는?

“미국인 수백만 명, 발암물질 섞인 물 마신다”

[서울=뉴스포커스] 미국의 수돗물이 생각보다 훨씬 오염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공개됐다.
환경실무그룹(EWG, Environmental Working Group)의 최신 분석 결과, 일부 주에서는 주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에서 150가지가 넘는 오염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정한 법적 기준을 초과하거나, 인체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이었다.

■ 오염물질 200종 넘은 텍사스… “석유 산업·인구 밀집 영향”

EWG가 발표한 ‘전국 음용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가장 오염물질 종류가 많은 주는 텍사스였다.
텍사스에서는 총 207가지 오염물질이 검출되었으며, 그중 14종은 EPA가 정한 법적 한도를 초과했다.

텍사스 전역 4,673개 공공 급수 시스템 중 다수에서 총 트리할로메탄(TTHM) 과 비소(Arsenic) 가 높은 수치로 발견됐다.
EWG는 “약 10만 명이 TTHM 농도가 안전 기준을 초과한 물을 마시고 있다”고 지적했다.

TTHM은 염소 소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장기 노출 시 방광암 및 간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6만 5천 명 이상이 비소 농도를 초과한 물을 마시고 있으며, 비소는 대표적인 인체 발암물질이다.

■ 뉴욕, HAA5·트리클로로에틸렌 초과 검출

텍사스에 이어 뉴욕주에서도 오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EWG 조사 결과, 뉴욕 내 2,263개 공공시설의 식수에서 197종의 오염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이 중 11종은 법적 기준을 초과했다.

가장 심각한 물질은 할로아세트산(HAA5) 과 트리클로로에틸렌(Trichloroethylene) 이었다.
HAA5는 염소 소독 시 발생하는 부산물로, 고농도 노출 시 선천적 기형 및 암과 관련이 있으며,
트리클로로에틸렌은 면역 체계 손상과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산업용 용제다.

특히 뉴욕시와 롱아일랜드 지역은 노후 수도관에서 납이 용출되는 문제까지 겹쳐, 일부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납 섭취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 캘리포니아, 농업 폐수·지하수 고갈로 ‘이중 타격’

세 번째로 오염물질 종류가 많은 주는 캘리포니아(175종) 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는 광범위한 농업 지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료 및 농약으로 인한 질산염(Nitrate) 오염이 심각하다.
EWG는 “질산염은 체내에서 니트로사민으로 변해 위암과 혈액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가뭄이 잦은 캘리포니아에서는 지하수를 과도하게 끌어 쓰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비소와 라듐, 우라늄 등의 방사성 물질이 수돗물에 혼입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지역의 일부 농촌 지역에서는 EPA가 제시한 기준치를 수 배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례도 보고됐다.

■ 노스캐롤라이나, ‘영구화학물질’ PFAS 오염 심각

노스캐롤라이나주는 133종의 오염물질이 발견됐다.
특히 문제는 PFAS(과불화화합물) 이었다. PFAS는 ‘영구화학물질(forever chemical)’로 불리며,
소방 거품, 방수 코팅, 비점착 프라이팬 등에 사용되는 합성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거의 분해되지 않아 환경에 잔류하며, 인체에 축적될 경우 호르몬 교란, 간 손상, 면역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케이프피어(Cape Fear) 강 유역에서는 PFAS 농도가 EPA 권고치의 100배 이상에 달한 적도 있다.

🏙 워싱턴 D.C. (Washington, D.C.)

대표 오염물질: 납(Lead), 구리(Copper), 염소 부산물

특징: 2000년대 초반 심각한 납 오염 사태 이후 납 제거 프로그램이 시행됐지만,
노후 수도관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EPA 기준에 근접한 납 농도가 보고되며, 소독 부산물(TTHM) 농도도 꾸준히 감시 대상입니다.

조치: DC Water는 수도관 교체 및 가정용 정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중입니다.

🏞 버지니아(Virginia)

인구 밀집 지역(페어팩스·알링턴·리치먼드)에서 PFAS와 HAA5가 지속 검출.
납 배관 교체 사업이 진행 중이며, EPA 감시 대상 지역에 포함됨.

🌊 메릴랜드(Maryland)

체서피크만 유역 오염이 주요 원인.
농업 폐수와 산업 배출로 인한 비소·트리할로메탄 오염이 관찰됨.
최근 정수 인프라 개선으로 일부 지역 수질은 개선 추세.

■ 오염물질 가장 적은 주는 ‘노스·사우스다코타’

반면, 오염물질이 가장 적은 주는 노스다코타(46종) 와 사우스다코타(44종) 로 나타났다.
노스다코타에서는 법적 기준을 초과한 오염물질이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우스다코타에서는 단 두 종류(라듐·비소)가 기준을 초과했지만, 소규모 급수시설에 국한된 사례였다.

인구 밀도가 낮고 산업 시설이 적은 점이 수질 관리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질에 따라 방사성 물질이 자연적으로 섞일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EPA “법적 기준은 현실적 타협선”… EWG “건강 중심 재설정 필요”

EPA는 ‘국가 1차 음용수 규정(NPDWR)’을 통해 90여 가지 주요 오염물질에 대해 최대 허용치(MCL)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공중보건뿐 아니라 비용과 기술적 한계를 함께 고려해 마련된 것이다.

EWG는 이에 대해 “EPA 기준은 ‘경제적 타협’의 산물일 뿐, 건강을 보장하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WG는 **“법적으로 안전하더라도, 건강상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최저 위험 수준으로 기준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문가 “인구·산업·농업이 많을수록 오염도 높아”

델라웨어 대학 지구과학 교수이자 델라웨어 환경연구소 소장인 홀리 마이클(Holly Michael) 교수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주별 수질 격차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물 오염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사람입니다.
인구가 많고 산업과 농업이 활발할수록 오염 가능성도 그만큼 커집니다.”

그녀는 또한 “텍사스, 뉴욕,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많고 산업이 집중된 지역이기 때문에
석유 부산물, 생활 하수, 농업용 비료 등 다양한 오염원이 겹쳐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 수돗물 안전 확인, ‘EWG 데이터베이스’로 가능

현재 일반 시민들도 EWG 공식 사이트(www.ewg.org/tapwater)를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수돗물에서 검출된 오염물질 종류와 농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주소나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급수시설의 오염물질 목록과 법적 기준 초과 여부가 즉시 제공된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에서는 NSF/ANSI 53 또는 58 인증을 받은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이
납·염소 부산물·비소 등의 주요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 “미국의 수돗물, 결코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환경 규제를 갖추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EPA조차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발암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물을 마시고 있다”고 인정했다.

특히 산업화된 남부와 서부 지역은 인구 밀집, 노후 인프라, 산업 폐수, 농업 오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깨끗한 물”이 더 이상 보편적 권리가 아니게 된 현실을 드러낸다.

■ “깨끗한 물은 공짜가 아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미국의 수질 관리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계기라고 입을 모은다.
EWG 관계자는 “깨끗한 물은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니라, 사회가 지켜야 할 공공재”라며
“정책적 투자와 시민 감시 없이는 미래 세대가 마실 물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