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대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 총회장 서정일)가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들어가면서 레임덕(Lame Duck,절름발이 오리)으로 총연 본연의 업무마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미주총연 제31대 총회장 선거에 서열 1,2위인 현 총회장 서정일과 총괄수석인 김만중 두 후보가 나란히 입후보 등록하자 조직은 본연의 기능보다 선거 관련 분쟁과 편가르기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중요한 ‘조지아주 한인 근로자 구금’ 성명서 하나가 제대로 발의되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모습, 단톡방의 권한 재배치, 이사회 간사 해임 사태 등, 이 모든 것이 조직이 공식 의사소통 체계보다는 후보자의 진영 논리에 휘둘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간신히 하나 된 총연이 다시 분열의 길로 가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가장 총연을 사랑하고 그래서 내가 차기 총회장을 만들 수 있다는 착각 속의 기득권 세력들로 인해 단체방은 6개로 늘어났고 그곳에서도 죽기 살기로 편가르기가 한창이다.
마치 ‘오리 없는 호수에 잉어도 뛰고 망둥이도 뛰는 형국’으로, 누가 당선이 되든 31대에 인수인계 절차가 무사히 이루어질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총연의 화학적 통합과 재도약을 시험하는 분기점이다.
새로 바뀐 회칙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는 정해진 소수의 유권자 투표라는 점과 자칫 식어버린 선거 열기로 차기 회장의 위상이 낮아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 공정성과 정의가 보장된 선거과정과 돈 안드는 선거·깨끗한 선거를 질서있게 실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있다고 본다.
서정일,김만중 두 후보자는 ‘한미 축구 친선대회’ 응원단을 함께 꾸리면서, ‘다시는 선거 후유증은 없을 것이다’는 퍼포먼스를 만천하에 공개하기도 했다(사진참조). 누가 당선되던 서로의 협조 없이는 총연발전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단톡방에는 후보자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선이 넘는 비방과 흑색선전이 더욱 난무하는 모습이다.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시발점은 각 후보 지지자들, 특히 회칙·윤리 위원장과 이사장, 사무총장에게 있다고 본다. 이들은 임기 말에 레임덕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고, 선거가 혼탁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이끌어가야 하는 고위 직책이지 않은가.
회칙·윤리 위원회는 조직에 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선거 후유증 발생 시 공명정대하게 심판하기 위해 설치된 상설 위원회이다. 그리고 이사장과 사무총장은 총회장과 총괄수석이 선거에 출마한 상황에서 업무가 마비되지 않도록 하여 31대에 잘 넘겨줄 의무가 있다.
만약 이들 네 분이 어느 한 쪽 후보자 편을 들고 있다면 그 후유증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어느 전직 총회장은 “미주총연은 과거 총회장 선거 과열로 인해 분열하고 갈라졌던 뼈아픈 ‘흑역사’가 있다. 우리는 이 역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제31대 선거를 앞두고 일부 특정 후보 지지자들이 카톡방 등에서 벌이는 비방과 흑색선전은 과거의 분열을 재현하려는 위험한 작태이다.”고 걱정했다.
그리고 모 전직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별로라 생각하는 닭 벼슬만도 못한 완장을 차려 하는지? 하여가나 불러도 되는지 답답합니다”고 탄식했다.
미주총연합이 다시 과거의 상처를 반복하지 않고, 통합의 반석 위에서 자신 있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단지 선거를 치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총연이 존립하고,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31대 총회장 선거는 오는 11월 3일 LA에서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후보자 면면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 100표만 획득하면 되기에, 방대한 조직과 자금이 필요 없어 후보자가 맨투맨 방식으로 어프로치만 잘 하면 되는 선거이다.
그런데도 지지 후보자에 대한 과잉 선거운동은 ‘미주총연 사랑’이 아니라 ‘차기에도 뭔가를 해보겠다는 완장차기’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전직 사무총장은 “일을 잘했건 못했건 이제 모든 것 내려놓고 미련 없이 중원(中原)을 떠난다”고 단톡방에 고지한 후, 아직도 미주총연 중앙무대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만약 또다시 뼈아픈 흑역사를 쓰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 전직 사무총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으시고, “진정으로 미주총연을 사랑한다면 이젠 조용히 중원을 떠나라”라고 권면하고 싶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미주총연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