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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 손해”였던 국민연금… 드디어 손질

“일하면 손해 본다”는 말이 따라붙던 국민연금 제도가 마침내 손질된다. 정부가 재직 중인 노인의 연금을 깎아 오던 이른바 ‘재직자 연금 감액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면서, 초고령사회에 맞는 연금 제도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오는 2026년 6월부터는 일정 수준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국민연금 수급자가 더 이상 연금 감액을 당하지 않게 된다. 단순한 연금 보전 차원을 넘어,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메시지가 담겼다.

지금까지 한국의 국민연금 제도는 은퇴 후 다시 일하는 순간 ‘불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연금 지급액을 최대 5년간, 많게는 절반까지 줄여 지급해 왔다. 기준이 되는 금액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 소득인 이른바 ‘A값’으로, 2024년 기준 약 308만9천 원이었다. 사실상 월 309만 원만 벌어도 연금이 깎이는 셈이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약 13만7천 명의 연금 수급자가 ‘일을 한다’는 이유로 연금 일부를 받지 못했고, 그 규모는 총 2,429억 원에 달했다. 성실하게 일한 대가가 생활 안정이 아닌 연금 삭감으로 돌아오면서, “일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고령층 사이에 깊게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제도는 국제적으로도 예외적인 구조였다. OECD는 여러 차례 한국의 재직자 연금 감액 제도가 노인의 노동 의욕을 저해하고 고령 인력 활용을 막는다며 개선을 권고해 왔다. 연금 수급 연령을 점점 늦추면서도, 일하면 연금을 줄이는 이중 규제가 고령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정부는 이런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감액 구간 5단계 중 하위 1·2단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26년 6월부터는 A값에 200만 원을 더한 약 509만 원 미만의 월 소득에 대해서는 연금 감액을 적용하지 않는다. 기존 제도에서는 월 309만 원에서 509만 원 사이 소득 구간에 있는 수급자가 매달 최대 15만 원가량의 연금을 깎였지만, 앞으로는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에 상응하는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편은 해외 연금 제도와 비교할 때 더욱 의미가 분명해진다. 미국의 Social Security는 정년 이전에는 일정 소득 이상일 경우 일시적인 감액이 있지만, 정년(출생 연도별로 66~67세) 이후에는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연금이 깎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정년 이전에 소득 때문에 줄어든 연금도 정년 도달 시 다시 반영돼 연금액이 조정된다. “일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 장려 대상”이라는 철학이 제도에 반영돼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연금 수급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실제 연금 삭감이 발생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 연금을 받다가 한국으로 귀국하는 재외동포들 사이에서는 “한국 제도가 훨씬 불리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론 재정 부담은 과제로 남는다. 정부는 이번 1·2구간 감액 폐지로 인해 향후 5년간 약 5,356억 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을 일터 밖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유지하는 것보다, 경제 활동을 통해 소득과 세수를 늘리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미국 연금을 함께 받는 재외동포나, 역이민 후 한국에서 다시 일하려는 고령층에게 이번 제도 변화는 체감 효과가 클 전망이다. “일하면 손해”라는 구조적 불합리가 완화되면서, 노후 소득과 노동을 병행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연금은 노후를 지키기 위한 안전망이지, 일하는 노인을 벌주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이번 개편이 국민연금이 그 본래 취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