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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만으로 살아야 한다면… 한국 시니어는 ‘여가’, 미국 한인은 ‘주거비’부터 줄였다

교보생명 설문, 외식·취미(42%)·여행(36%) 포기 1위…
미국은 의료·렌트 부담이 더 커 “생존형 소비” 뚜렷

은퇴 후 오직 ‘연금’만으로 살아야 한다면 가장 먼저 포기해야 할 지출은 무엇일까.
한국과 미국의 시니어 세대가 내린 답은 미묘하게 달랐다.

교보생명 퇴직연금컨설팅센터의 최근 설문(2025)에 따르면,
한국 시니어는 외식과 취미활동(42%), **여행(36%)**을 가장 먼저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건강관리(의료비)**와 주거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미국 거주 한인 시니어들도 같은 현실에 놓여 있지만,
한국보다 **‘주거비 부담’**이 훨씬 커 ‘절약의 순서’가 다르게 나타났다.

한국 시니어, “즐거움보다 생존”… 외식·여행부터 줄인다

이번 교보생명 조사는 50~70대 은퇴자 및 예비은퇴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가 ‘외식·취미활동’, 36%가 **‘여행비’**를 가장 먼저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즐거움은 잠시 미뤄도 된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68세 김모 씨는 “연금만으로는 병원비와 관리비 내기도 빠듯하다”며
“식당보다는 집밥, 해외여행 대신 공원 산책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패턴을 ‘행복 소비’에서 ‘유지 소비’로의 전환이라고 분석한다.
즉, 은퇴 이후 지출의 목적이 ‘즐거움’에서 ‘생존 유지’로 이동한 것이다.

미국 한인 시니어, “렌트비가 가장 큰 스트레스”

한편,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시니어들은
‘여행비’보다 **‘주거비’(렌트·유틸리티·재산세)**를 가장 먼저 고민한다고 입을 모은다.

메릴랜드 롯데에서 만난 70대 이 모 씨는
“소셜시큐리티(SSA)로 한 달에 1,400달러 받지만, 렌트비만 1,200달러”라며
“식비를 줄이고, 외식은 거의 안 한다. 연금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
룸메이트나 시니어 쉐어하우스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주거비와 의료비가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메디케어가 있더라도 보조금 범위를 벗어나는 항목이 많아
결국 ‘약값보다 집세’가 우선순위가 되는 현실이다.

“은퇴 후 가계는 수입 고정·지출 불안정 구조”

은퇴 이후 대부분의 시니어는 일정한 연금(국민연금, Social Security, 퇴직연금)을 받지만,
물가·세금·보험료 등은 계속 오른다. 즉, **‘수입은 고정형’, ‘지출은 변동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국민연금 평균 수급액은 월 65만 원,
미국 소셜시큐리티 평균은 약 1,800달러(약 250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생활비 차이를 고려하면 실질 체감 수준은 한국이 오히려 높다.

특히 미국에서는 고령층의 월 렌트비가 2,000달러를 넘어서는 지역이 많고,
의료·보험료 부담까지 합치면 “연금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 “집만은 지켜야 한다” — 한·미 공통된 인식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미국 모두
‘주거 공간’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 시니어의 81%는 “주거비는 절대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고,
미국 한인 노년층도 “렌트비를 아끼는 대신 다른 지출을 줄인다”고 응답했다.
집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심리적 안정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지방 귀촌’, 미국에서는 ‘시니어 쉐어하우스’와
‘리버스 모기지(reverse mortgage)’ 같은 대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건강비용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마지막 지출”

두 나라 모두 공통적으로 의료비는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지출이다.
은퇴 이후 건강은 곧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65세 이상 의료비 비중이 전체 가계지출의 18%를 차지하며,
미국에서는 70세 이상 시니어의 평균 메디케어 비용이 연 7,000달러에 달한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한 교포는 “건강검진비가 비싸서
한국 방문 시 ‘메디컬 관광’ 형태로 검진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저렴하고, 정밀검사가 빠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역(逆) 메디컬 관광’**이 노년층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여행은 사치, 근교 나들이로 대체”

여행비는 한국과 미국 모두 공통적으로 줄이는 항목이다.
과거에는 은퇴 후 세계여행이 버킷리스트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생활비의 현실’ 앞에서 근교 산책이나 지역 축제 참여로 바뀌었다.

한국 시니어는 KTX 대신 시내버스,
미국 시니어는 크루즈 대신 주립공원 피크닉으로 방향을 틀었다.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갑을 지키는 방법”이다.

💡 연금만으로 사는 법: “줄이는 게 아니라 재조정”

전문가들은 “연금 생활의 핵심은 절약이 아니라 균형 재조정”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 추납제도나 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해 수령액을 늘릴 수 있고,
미국도 **SSA 수령 시기 조정(Full Retirement Age 이후 연기)**으로
월 수령액을 30% 이상 높일 수 있다.

또한, **은퇴자 세금공제형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나
**퇴직연금(401k)**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실질 연금소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고, 형태를 바꿔라”

연금만으로 살아가는 시대에도,
‘행복’은 포기 대상이 아니라 ‘방식’을 바꿔야 하는 항목이다.

외식을 줄이더라도, 직접 요리하며 가족과 식탁을 공유할 수 있고,
비행기 대신 도심 산책, 무료 클래스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즉, ‘행복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진짜 재테크라는 메시지다.

“연금은 한정되어도, 삶의 방식은 무한하다”

한국과 미국의 시니어 모두 ‘줄이는 삶’ 속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가치는 건강, 집, 그리고 존엄이었다.
연금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지혜로운 선택의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