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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0만 원 넘는 급여에 몰린다…2030 세대, 버스기사에 주목

취업난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때 기피 직종으로 분류되던 버스기사와 청소직에 20·30대 청년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힘들고 박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이들 직업이 안정적인 수입과 정년 보장, 비교적 명확한 근무 시간이라는 장점으로 재조명되면서, 실속을 중시하는 청년층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도권의 한 버스회사 교육장. 안전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기사들 사이로 20·30대 청년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체 노선버스 기사 중 청년층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상당수가 최근 1~2년 사이 새로 유입된 인력이다. 과거 중·장년층 중심이던 현장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계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30 세대의 버스운전 자격 취득자는 2023년 6,000여 명에서 최근 1만 명을 넘어섰다. 불과 2년여 만에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형면허 취득자는 줄어드는 반면, 버스운전 자격 취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청년들이 버스기사직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와 고용 안정성이다. 수도권 기준 버스기사 평균 급여는 월 520만~560만 원 수준이며, 휴일 근무를 포함하면 6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기 근속자의 경우 연봉 8,000만 원대에 이르는 사례도 있다. 서울·경기·인천 등에서 시행 중인 준공영제 덕분에 임금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전된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비슷한 흐름은 청소직에서도 나타난다. 공공기관, 대기업 사옥, 병원, 공항 등에서 근무하는 청소 인력 가운데 20·30대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일부 공공 청소직의 경우 월 300만~400만 원대 급여에 정년이 보장되고, 업무 시간이 비교적 규칙적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숨은 알짜 직업’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용역이 아닌 직고용 형태의 청소직은 복지와 고용 안정성이 높아 청년층의 관심이 크다.

정보통신 관련 업종에서 일하다 버스기사로 전직한 김모(30대 초반) 씨는 “이전 직장은 야근이 잦고 고용이 불안했는데, 지금은 급여와 생활 리듬이 훨씬 안정됐다”며 “주변에서도 요즘은 버스기사나 공공 청소직을 현실적인 선택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눈높이 하향’이 아닌 ‘합리적 선택’으로 해석한다. 정시 퇴근이 가능하고, 정년이 보장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확보되는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상사와의 관계 스트레스가 적고, 혼자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구조도 청년층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시내버스 기사, 스쿨버스 기사, 공공 청소 인력(janitor, sanitation worker)이 대표적인 ‘블루칼라 안정직’으로 분류된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대도시 버스기사의 연봉은 평균 5만~7만 달러 수준이며, 공공부문 청소직 역시 연봉 4만~6만 달러에 안정적인 연금과 의료보험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에서는 학력이나 화려한 경력보다 숙련과 책임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젊은 세대가 청소직이나 운수직을 ‘당당한 직업’으로 선택하는 데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젊은 공공 청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 보너스나 학자금 상환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점차 미국과 유사한 방향으로 직업 인식이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고소득·화이트칼라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안정성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기사와 청소직을 바라보는 2030 세대의 시선 변화는 단순한 취업 트렌드를 넘어,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살 수 있느냐’를 먼저 따지는 세대의 선택이 노동시장의 풍경을 서서히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