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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만으로는 생활 불가능”… 일손 놓지 못하는 고령층, 근로소득 ‘사상 최대’

은퇴 후에는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은퇴 이후에도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고령층이 크게 늘어나면서, 노인가구의 근로소득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라기보다, 연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월평균 명목 근로소득은 110만197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57.4%나 늘어난 것이다. 노인 공공일자리 확대와 재취업 증가, 단기·비정규 일자리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근로소득뿐 아니라 자영업을 포함한 사업소득 역시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노인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83만198원으로, 1년 전보다 16.9% 증가했다. 반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포함한 이전소득은 143만7,516원으로 증가율이 3.4%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을 소폭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연금 소득이 고령층의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0세 이상 부부 가구가 체감하는 최소 생활비는 월 216만6,000원, 적정 생활비는 298만1,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공적 이전소득이 약 144만 원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기준 노령연금 수급자 가운데 월 60만 원 미만을 받는 비중은 64.5%에 달했다.

소득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여력은 오히려 위축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노인가구의 월평균 가계지출은 250만3,667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근로·사업소득 증가폭에 비해 소비 증가가 제한된 것이다. 경상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 역시 2019년 3분기 60.4%에서 지난해 3분기 56.9%로 낮아졌다. 이는 소득이 늘어도 의료비, 주거비, 물가 부담 등으로 인해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령층의 삶은 통계보다 더 팍팍하다. 많은 노인들이 은퇴 이후에도 공공근로, 아르바이트, 소규모 자영업 등을 병행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한 70대 노인은 “연금만으로는 관리비와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새벽부터 일을 나간다”며 “몸이 힘들어도 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령층 가구는 “자녀 지원 이후 남은 자산이 많지 않아, 일하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고령층의 자발적 경제활동 확대라기보다 공적연금의 보장성이 충분하지 않은 구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연금 급여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고령층에게 근로를 통한 소득 보완을 사실상 강요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늘어난 일자리 상당수가 저임금·단기 형태에 머물러 있어 장기적인 노후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국회에서도 연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야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민간자문위원회가 논의한 개혁안을 보고받았지만,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 사이의 균형을 두고 뚜렷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급여 수준 조정, 정년 연장과의 연계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자산 수준에 따라 고령층을 구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산이 취약한 고령층에게는 복지 급여와 공적 지원을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자산 여력이 있는 고령층에게는 자산 활용을 통한 소득 보완을 유도하는 이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획일적인 연금 정책만으로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금만으로 노후를 보장하겠다는 과거의 전제는 이미 무너졌다”며 “공적연금의 보장성 강화와 함께 고령층의 소득 구조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고령층의 근로소득 증가라는 통계 이면에는, 쉬지 못하는 노후와 구조적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