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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추진…쿠팡 독점 해소인가, 골목상권 위기 가속화인가

대형마트도 새벽배송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의 온라인 주문·새벽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10년 넘게 유지돼 온 유통 규제 체계가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정부·여당은 최근 고위 협의회를 통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제한해 온 현행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방향을 공유했다. 핵심은 대형마트에 적용돼 온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 규정을 온라인 배송에는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온라인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실제로 규제가 유지되는 동안 새벽배송 시장은 전통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가 아닌 특정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됐다. 국가 통계에 따르면 쿠팡의 2024년 매출은 41조 3천억 원으로, 대형마트 전체 판매액을 넘어섰다. 새벽배송 시장 역시 사실상 단일 사업자가 주도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정은 이번 법 개정 추진 배경으로 ‘온라인·오프라인 간 규제 형평성’과 ‘독점 구조 완화’를 들고 있다. 대형마트만 묶어둔 규제가 결과적으로 특정 플랫폼의 성장을 도왔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플랫폼 독점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규제 불균형 해소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다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통시장과 동네 상점들은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이미 취약해진 신선식품 시장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의 한 전통시장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온라인 플랫폼 때문에 고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대형마트까지 새벽배송을 하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상공인은 “신선함과 접근성이 전통시장의 마지막 경쟁력이었는데, 대형마트가 가격과 배송 속도를 동시에 앞세우면 설 자리가 더 좁아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가격 격차 문제도 골목상권의 부담을 키운다. 소규모 점포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지만, 대형마트는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대량 유통 구조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 차이가 새벽배송이라는 채널을 통해 확대될 경우, 소비자 선택은 더욱 대형 유통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시민사회 역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플랫폼 독점을 막기 위해 대형마트의 온라인 확장을 허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상생 장치 없이 규제만 완화하면 결국 유통 구조가 또 다른 형태의 집중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 입법이 진행 중이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영업시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향후 심의 과정에서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 방안이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허용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과 안전장치를 두느냐라고 강조한다. 대형마트, 플랫폼, 전통시장이 동시에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편리함이 늘어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선택권 축소와 가격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는 단순한 배송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유통 산업의 균형과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필요성과 우려가 교차하는 만큼, 속도보다 설계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