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시기, 달력 속 ‘말복’이 다가오면 우리는 자연스레 “삼계탕 한 그릇 해야지”라는 말을 떠올린다. 말복은 여름철 절기인 삼복(三伏) 가운데 마지막 복날로, 초복·중복·말복이 10일 간격으로 이어진다. 음력으로는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으로 삼으며, 양력으로는 대체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해당한다.
■ 중국에서 건너와 자리 잡은 여름 풍습
삼복 풍습은 중국에서 전래됐으나,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여름철 체력을 보충하는 민간 전통으로 정착했다. 무더위 속 떨어진 기력을 회복하고자 보양식을 챙겨 먹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대표 음식은 인삼, 찹쌀, 대추, 마늘을 넣어 푹 끓인 삼계탕. 지역에 따라 장어구이, 추어탕, 보신탕, 팥죽, 미역국 등을 즐기기도 했다. 팥은 액운을 막는다고 여겨져 복날 음식 재료로 자주 쓰였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복날이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육류나 얼음을 하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민간에서는 들일을 잠시 멈추고 우물가에서 더위를 식히며 쉬는 날이기도 했다. 복날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날이 아니라, 계절의 절정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날이었다.
■ 말복 이후, 가을의 발걸음
말복은 삼복의 마지막 날로,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다가옴을 의미한다. “말복 지나면 처서”라는 속담처럼, 이 시기부터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그래서 말복의 보양식은 단순한 영양 보충을 넘어, 무사히 여름을 버틴 자신에게 주는 작은 위로가 된다.
■ 닭 요리, 이름과 맛의 차이
말복이면 삼계탕 전문점과 한식집이 북적인다. 그러나 메뉴판에 적힌 닭백숙, 영계백숙, 삼계탕, 닭곰탕, 닭한마리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조리법과 재료에서 차이가 있다.
정리하자면, 백숙은 통닭을 재료와 함께 푹 끓이는 조리법, 여기에 인삼이 더해지면 삼계탕, 속 재료 없이 국물 중심이면 닭곰탕, 전골 형태면 닭한마리가 된다.
■ 계절의 고비를 넘긴 날
말복은 계절과 계절 사이의 짧은 쉼표다. 뜨거운 여름을 무사히 버틴 몸과 마음을 위로하며, 가족·친지와 함께 보양식을 나누는 날.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식사는 단순히 영양 보충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과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조언한다.
오늘만큼은 뜨거운 국물 앞에서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에게 “잘 견뎌냈다”는 격려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