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암 발생 원인 가운데 약 6%는 ‘밥상’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서구권에서 발암 요인으로 지목돼 온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보다, 오히려 한국 식탁에 익숙한 김치와 젓갈류 등 염장 채소의 영향이 더 컸다는 점이 주목된다. 동시에 김치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장 건강과 면역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발효식품으로 재조명되고 있어, 전통 음식 김치의 ‘두 얼굴’을 어떻게 이해하고 섭취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팀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공동 연구진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한국인 코호트 연구를 결합해 식습관이 암 발생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기준 한국인 전체 암 발생의 6.08%, 암 사망의 5.70%가 특정 식이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요인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염장 채소 섭취’로, 김치와 젓갈류를 포함한 짠 음식 섭취가 전체 암 발생의 2.12%, 암 사망의 1.78%에 기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진은 특히 위암과 대장암이 식습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암으로 분석했다. 식이 요인에 의해 발생한 암 중 위암이 44.3%, 대장암이 43.2%를 차지해 두 암종이 전체의 80% 이상을 점유했다. 짠 음식이 위 점막을 반복적으로 자극하고, 염분이 높은 환경에서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성별 차이도 뚜렷했다. 식이 요인으로 인한 암 발생 비율은 남성이 8.43%로 여성(3.45%)의 약 2.5배에 달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공육과 적색육의 영향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요인으로 분류한 소시지·햄 등 가공육과 소·돼지고기 같은 적색육의 암 기여도는 각각 0.02%, 0.10%로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서구 국가와 달리,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염장 식품이 암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다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김치가 ‘암을 부르는 음식’으로만 규정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치는 유산균이 풍부한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최근 미국 식품·영양 분야에서는 장내 미생물 균형 개선, 면역 기능 조절,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영양학·미생물학 연구에서는 김치 섭취가 장내 유익균 다양성을 높이고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식생활 지침에서도 발효식품의 장 건강 효과가 강조되면서, 김치는 요거트·케피어·사우어크라우트와 함께 ‘유익균 공급원’으로 언급되고 있다. 마늘, 고추, 생강, 배추 등 김치의 주요 재료에 포함된 식물성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 역시 대사 질환과 염증 조절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즉 김치는 ‘어떻게,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건강을 해칠 수도, 지킬 수도 있는 음식이다.
전문가들은 김치의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짠 국물까지 함께 섭취하거나, 하루 세 끼마다 과도한 양을 먹는 식습관은 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저염 김치를 선택하고, 신선한 채소·과일 섭취를 늘리며, 김치를 반찬 중 하나로 적정량 섭취한다면 발효식품으로서의 장점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염장 채소 섭취 감소 추세에 따라 해당 요인의 암 발생 기여분율이 2030년에는 1.17%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은 음식이자, 세계가 주목하는 발효식품이다. 동시에 짠 음식 위주의 식문화가 누적될 경우 위암과 대장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담고 있다. ‘김치의 두 얼굴’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전통 식단을 지키면서도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는 작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