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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지귀연 부장판사가 법왜곡죄로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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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인가, 사법혼란인가… 법왜곡죄 시행 일주일 만에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

* 기준도 없이 밀어붙인 입법
* 판·검사 넘어 경찰 수사관까지 줄고발 우려
* 재판소원도 폭증 조짐

여당이 밀어붙인 이른바 ‘사법개혁 3법’ 가운데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가 2026년 3월 12일 0시부터 즉시 시행되면서, 일선 수사기관과 법원은 벌써부터 “난장판이 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법왜곡죄는 형법에 제123조의2로 신설됐고, 형사사건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유지하는 검사,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사법경찰관 등이 법률을 위반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법을 왜곡 적용해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같은 날 재판소원제도도 함께 시행해, 기존에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었던 법원의 재판까지 헌법재판소 판단 대상으로 열어뒀다.

문제는 제도 취지보다 시행 방식이 너무 무책임했다는 점이다.

법왜곡죄는 도입되자마자 누구나 불복하는 수사와 판결에 대해 판사·검사·수사관을 곧바로 고소·고발하는 통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행 직후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이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배당됐고, 고발인은 “서면주의 원칙 위반”과 “구속기간 계산 오류” 등을 주장했다. 경찰은 구체적 수사 방향을 검토 중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크다.

▲ 판사·검사만이 아니다,최대 피해자는 경찰 수사관

현장 반발은 특히 경찰에서 거세다. 경찰 내부망과 경찰관 전용 SNS에는 “법왜곡죄의 최대 피해자는 경찰 수사관이 될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법왜곡죄를 수사한 수사관도 다시 법왜곡죄 피의자가 될 수 있다”, “피의자가 법왜곡죄로 겁박하면 송치를 못 할 수 있다”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한 경찰 간부는 “수사권 대부분이 경찰로 넘어온 상황이라 적용 대상도 경찰 수사관이 제일 많을 것”이라며 “3만 명 수사관이 모두 한 번씩 고발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청도 이런 반발이 커지자 전국 수사부서에 참고자료를 배포했지만, 현장에서는 “참고자료 수준일 뿐 실전 기준은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반응이 과장이 아닌 이유는, 법 조문 자체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법을 왜곡 적용했다”, “사실을 왜곡했다”는 표현은 정치적·감정적 불복과 법적 책임의 경계를 흐릴 여지가 크다. 일선 경찰 간부들조차 “사례도 없고 판례도 없어 개별 사건에 부딪혀봐야 안다”는 취지로 토로하고 있다. 결국 이 법은 중대한 사법 일탈을 처벌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불만 있는 당사자 누구나 수사·재판 담당자를 압박하는 도구가 될 위험이 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정도면 ‘사법개혁’이 아니라 사법 위축 장치라는 말이 더 정확하다.

▲ 시행 4일 만에 44건… 재판소원은 벌써 병목 조짐

재판소원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시행 첫날 20건의 재판소원이 접수됐고, 시행 나흘간 44건이 쌓였다. 제도 시행 직후부터 패소 당사자들이 확정판결을 다시 헌재로 끌고 가는 흐름이 현실화된 것이다.

연합뉴스는 입법 과정에서부터 ‘4심제’ 우려, 하급심 위축, 세부 설계 없이 시행되는 혼란이 숙제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미 헌재는 올해 1월 관련 사무기구 규칙을 고쳐 인력을 일부 늘렸지만, 접수 속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최종심의 최종성”을 흔드는 장치를 충분한 심사 구조도 없이 먼저 열어놓은 셈이다.

▲ 3대 특검·판사·공수처장까지 줄고발… 불복의 형사화 현실화

이미 현실은 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법왜곡죄 시행 직후 3대 특검 수사팀과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28명이 고발됐고, 현직 부장판사들에 대한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대한 불복이 항소·상고 같은 기존 불복 절차가 아니라, 곧바로 판·검사·수사기관을 형사고발하는 방식으로 옮겨가는 현상이다.

결국 패소하면 판사를 고발하고, 송치되면 수사관을 고발하고, 기소되면 검사를 고발하는 악순환이 제도적으로 열린 것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법조계에서 “결과에 대한 불복이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제도는 시작부터 “개문발차”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공포 즉시 시행했고, 그 결과는 일주일도 안 돼 드러났다. 경찰은 위축을 걱정하고, 법원은 사건 폭증을 우려하고, 헌재는 병목을 걱정한다.

(내신 종합)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