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100명이 넘는 세계 여성 지도자들과 인권 단체들이 미국 의회에 서한을 보내, 주한미군 기지촌에서 발생한 성매매 피해 한국 여성 생존자들을 위한 책임 규명과 정의 실현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United States Senate Armed Services Committee)에 전달한 서한을 통해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주한미군 기지 주변에서 발생한 젠더 기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공식 조사와 책임 규명,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서한에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여성 인권 단체 대표, 평화 구축 활동가, 학자 및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서명했으며, 주한미군 기지촌 지역에서 발생한 인신매매, 성매매, 성병 치료를 명목으로 한 강제 구금 등 구조적인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서한에서 이들은 특히 미국 회계감사원 (U.S. 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GAO)와 국방부 감찰관실(Department of Defense Office of Inspector General)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요구했다.
첫째,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주한미군 기지촌 주변의 성매매 규제, 성병 관리, 기지촌 관리·감독과 관련된 미군과 국방부 및 관련 부처의 문서와 기록을 전면적으로 검토할 것.
둘째, 같은 기간 동안 기지촌 관리와 성매매 규제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공개할 것.
셋째, 해당 사안에 대한 공식 조사 여부와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및 구제 조치가 검토되고 있는지 보고할 것.
넷째, 만약 조사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면 관련 조사를 실시하고, 기지촌 정책과 관련된 역사적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보상 조치를 권고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서한은 미 의회가 이 사안에 대해 공개 청문회를 개최해 GAO와 국방부 감찰관실의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평화운동 단체인 Women Cross DMZ의 사무총장인 Cathi Choi는 성명을 통해 “전쟁과 군국주의는 역사적으로 여성과 소녀들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왔다”며 “한국 여성들은 70년이 넘는 한국전쟁의 고통을 감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전 세계 여성들은 용감한 한국 생존자들과 인권 운동가들과 연대하며, 우리 정부가 책임 규명과 배상, 정의 실현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Northwestern University의 여지연 교수는 “전쟁과 군국주의 자체도 끔찍하지만, 미군에 의해 자행되거나 조장된 인권 유린과 젠더 기반 폭력, 성매매는 더욱 참혹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여성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겪은 생존자들과 연대하며, 미국 정부가 한국의 진정한 동맹국으로서 한국 여성들에게 가해진 피해에 대한 책임과 배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Veterans for Peace 소속 활동가인 Ann Wright도 “미 육군 대령과 국무부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미국의 군국주의와 해외 미군 기지로 인해 발생하는 인권 문제를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여성 생존자들의 싸움은 단지 개인의 정의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미국 군사주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이들을 위한 정의의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서한은 세계 여성의 날을 계기로 국제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 연대해 제기한 것으로, 향후 미국 의회가 관련 조사와 청문회 개최 등 후속 조치를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한국 대법원은 2022년 9월 정부가 과거 주한미군 기지촌 성매매를 사실상 조장하고 방조한 책임이 있다며 피해 여성들에게 국가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3년 반 만에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 침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