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한국 정부의 대응이 자칫 한미 간 통상·안보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미국 전직 당국자의 경고가 나왔다. 이 사안이 단순한 기업 보안 문제를 넘어 지정학적 이슈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 프로그램에서 애덤 패러 블룸버그 선임 애널리스트는 “쿠팡 사태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점에서 기업 차원의 중대 위기이지만, 현재는 한미 간 지정학적 문제로 사실상 전환된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및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반도·몽골 담당 보좌관을 지낸 패러는 “미국 내에서는 지난 수년간 한국이 디지털 규제 영역에서 미국 기업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자국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는 인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의 대응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판단할 경우, 무역·관세 분야에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결과 한국은 통상 측면에서 상당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 연방 하원이 이달 23일 쿠팡 관계자를 불러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인 점을 두고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서울에겐 분명한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가 본격 개입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통상 합의를 흔드는 강경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패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이행이 충분히 빠르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 인상 등 강경 조치를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라며, 최근 한국의 대미 투자 관련 입법 지연을 이유로 관세를 25%까지 인상하겠다고 언급한 사례를 들었다.
이날 대담에서는 최근 발표된 미국의 국방전략(NDS)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NDS는 한국이 강력한 군사력과 국방비 지출, 방위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대북 억제의 주된 책임을 질 수 있는 동맹국이며, 미국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제한적인 지원’이라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이고르 크레스틴 조지 W. 부시 연구소 선임자문위원은 “미국은 이제 스스로 방어 역량을 갖춘 동맹을 선호하며, 최후의 안전판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패러 역시 “부담 분담이 새 전략의 핵심이며, 한국은 그 중심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