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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땅에 상속세 0원?…‘무늬만 빵집’에 정부, “칼 빼 들었다”

*가업상속공제 악용 논란
*국세청 실태조사로 조세 정의 회복 나서
*실질 경영주 누구인가…‘형식적 10년’도 조사 대상

지인들과 식사 후 자연스럽게 대형 베이커리카페로 자리를 옮기는 풍경은 이제 한국의 일상이 됐다. 그런데 최근 이 공간에서 오가는 대화는 커피 맛이나 빵 이야기가 아니라 “빵집 하나 차리면 상속세를 안 낸다더라”는 씁쓸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기 외곽의 수백억 원대 토지 위에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세운 뒤,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사실상 회피하는 사례가 잇따르며 조세 형평성 논란이 커져왔다. 이에 정부가 마침내 제동을 걸었다.

국세청은 25일, 서울·경기 지역 일부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대상으로 편법 상속·증여 여부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조사 핵심은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본래 취지와 달리 부동산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지 여부다.

국세청은 우선 ‘무늬만 빵집’ 여부를 집중 점검한다. 제빵 시설 없이 음료 매출이 대부분인 경우, 베이커리카페가 아닌 일반 커피전문점으로 판단해 공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또 카페 부지 내 전원주택 등 사적 거주 공간이 포함된 경우, 해당 토지를 가업상속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된다.

실제 경영 주체를 속이려는 시도 역시 주요 점검 대상이다.

고령의 부모가 명목상 대표로 등재돼 있고, 자녀가 실질 운영을 맡는 구조라면 ‘10년 이상 경영’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특히 법인 형태의 경우, 경제활동 이력이 없는 고령자를 공동대표로 올려 요건을 맞추는 사례에 대해 지분율·급여·의사결정 구조까지 전면 검증할 방침이다.

“제도 취지는 ‘기술·노하우 승계’…부동산 상속이 아니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승계할 경우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기술과 일자리, 기업 노하우의 연속성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과점업이 공제 대상이라는 점을 악용해, 300억 원대 토지에 카페를 열고 10년 운영 후 자녀가 승계하면 약 136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전액 면제받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는 명백히 ‘기업 승계 지원’이 아닌 ‘부동산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편법 사례를 언급하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제도 허점을 보완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정경제부에 가업상속공제 제도 합리화 방안을 공식 건의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공제 신청 단계의 요건 심사뿐 아니라 사후 관리까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성실 납세자가 손해 보지 않는 사회로”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창업자금 편법 증여, 자금 출처 불분명, 허위 매출 구조 등 명백한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즉각 고강도 세무조사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세는 선택이 아닌 의무다. 제도의 빈틈을 이용한 ‘합법 가장 탈법’이 용인되는 사회에서는 성실한 납세자만 손해를 본다. 이번 정부 조치가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고, 진짜 기업 승계를 보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