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파(통일)와 동맹파(외교)의 대립으로 불협화음만 노출
= 향후 북미 대화 국면에서 한국 ‘패싱’ 가능
= 한미동맹을 축으로 한 냉혹한 현실주의 필요
한미가 대북정책 전반을 조율하기 위한 첫 정례협의(공조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통일부와 외교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완전한 출발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이재명 정부의 대북 공조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작하게 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번 협의는 기존 외교당국 간 소통 채널을 활용해 양국이 대북정책 조율을 정례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대북 접촉을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한미가 사전에 대북정책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통일부에서 대북 사안을 ‘외교부 주도’로 협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자주파와 동맹파의 대립이 배경에 깔린 정부 내 불협화음만 부각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현실 앞에서, 이념이 전략을 압도하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북한 문제는 더 이상 남북 관계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은 전 세계가 이미 알고 있는 숙제이다. 북핵은 국제 제재와 한미동맹, 다자 공조의 틀 속에서 관리되어야 할 안보 위기다. 그럼에도 정동영 장관은 ‘주무부처’ 논리를 앞세워 외교부 주도의 한미 협의 자체를 거부했다. 이는 협업의 문제를 넘어, 동맹 중심 대북 전략을 근본적으로 불신하는 태도다.
통일부가 이번 협의를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워킹그룹과 동일시하며 거부감을 드러낸 것은 정동영 장관의 취임으로 자주파의 사고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워킹그룹을 ‘미국의 승인 창구’로 규정했던 그 시각은 결국 남북 속도전에 집착하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실패를 또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내부 균열이 미국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 설정은 주무부처인 통일부 소관이지만, 북한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공조와 한미 간 정책 조율은 외교 채널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기조다. 특히 이에 대해 미국 측의 공감대도 있다는 것이 외교부의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통일부는 대북 관련 협의에 주무부처가 빠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외교부와도 참여 여부를 조율했지만,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의 단일한 목소리를 중시한다. 이번 사안에는 한국을 보는 미국의 의심 어린 시각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북미 대화가 우선이기 때문에, 한국이 독자적인 대북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을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차원에서다.
실제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지난달 2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빠르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아직은 대북제재 체제를 유지하고, 인권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대북 ‘압도적 우위’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유화는 힘과 공조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제재와 압박을 ‘낡은 방식’으로 치부하는 자주파의 인식은 북한의 핵 개발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적 자존심이 아니라, 동맹을 축으로 한 냉혹한 현실주의다. 한미동맹을 흔드는 순간, 대한민국의 안보는 실험대에 오르게 된다.
하이유에스코리아(hiuskorea.com) 강남중 기자
<기사제공 = 하이유에스 코리아 제휴사,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