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유에스코리아뉴스
Featured워싱턴

“항공편 지연에 대한 현금 지급 불가”… 트럼프, ‘바이든 시대 규정 폐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추진된 항공편 지연 보상 규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면서 항공 소비자 권익 보호가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월, 바이든 행정부의 교통부는 국내선 항공편이 3시간 이상 지연될 경우 최소 200~300달러, 장시간 지연 시 최대 775달러를 승객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 제정안을 마련하고 대중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유럽연합(EU), 캐나다, 브라질, 영국 등은 이미 항공사 지연 보상 제도를 운영 중이어서, 미국에서도 유사한 제도 도입이 기대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4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교통부가 해당 규정을 “부처 및 행정부의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철회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이로써 항공사가 자사의 과실로 지연을 초래해도 미국 내에서는 현금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항공편 취소의 경우 환불은 의무화돼 있다.

미국 주요 항공사들을 대표하는 무역 단체 에어라인스 포 아메리카(Airlines for America)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불필요하고 부담스러운 규정은 항공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이 이 단체에 소속돼 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전 경제 고문 바라트 라마무르티는 “이 규정은 승객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항공사들이 지연과 취소 자체를 줄이도록 유도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미국 항공사들은 2022년 대규모 운항 차질 사태 이후 식사, 호텔 숙박 등 기본 편의 제공을 약속했지만, 현금 보상 의무는 도입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항공권 예약 시 수수료 및 추가 비용을 명확히 공개하도록 한 2024년 4월의 규정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규정은 현재 업계의 법적 이의 제기로 법원에서 보류된 상태다.

또한 교통부는 항공편 취소의 정의를 세분화해 환불 자격을 명확히 하고, 항공권 가격 책정 및 광고 규정 전반을 재검토해 항공사와 판매 대행사의 규제 부담을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숀 더피 교통부 대변인은 “의회가 법률로 요구한 수준의 소비자 보호는 충실히 이행하되, 그 이상으로 확장된 규정은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5월에는 법무부가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말 제기한 사우스웨스트항공에 대한 소송을 취하한 바 있다. 이 소송은 해당 항공사가 만성적으로 지연되는 항공편을 불법적으로 운항했다는 혐의를 담고 있었다.

항공 소비자 권익 옹호 단체들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 승객들이 국제적 수준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 등과 달리 미국에서는 항공편 지연에 따른 보상 의무가 전혀 없어 승객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