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2년 생명표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남자 79.9세, 여자 85.6세로 여자가 남자보다 약 6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지난 50년 동안 무려 20년 이상 늘어나며, 일본, 스페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건강수명은 특별한 질병이나 장애 없이 살아가는 건강한 기간을 의미하는데, 한국 남자 65.1세, 여자 66.6세이다. 서울은 건강수명이 가장 높지만, 부산은 가장 낮아, 지역 간 건강불평등 역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건강수명도 2000년 66.6세에서 2021년 72.5세로 약 6년 늘었으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간 10년 넘는 격차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지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닌,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양호한 상태(well-being)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WHO는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ICF)를 제정하고, 개인의 신체기능, 사회적 참여, 환경적 요소까지 아우르는 건강 측정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을 통해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이제 그 목표에 걸맞은 건강 문해력(Health Literacy) 증진, 사회참여 기회 확대, 지역 간 건강 형평성 개선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인의 건강수명, 기대수명과 10년 이상 격차>
백세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는 건강 문해력, 즉 건강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이는 단순히 의학 용어나 병원 안내문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나 예방을 위해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고령자가 병원에서 의사에게 듣는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약 처방 지시를 혼동해 복용 오류를 저지르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약 40%는 건강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질병의 조기 발견과 관리 실패로 이어지고,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과 입원일 증가로까지 연결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예약 시스템, 모바일 건강 앱, 비대면 진료 등이 일상이 되면서 디지털 건강 리터러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스마트폰 활용을 넘어,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병원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 속도에 비해 고령자의 적응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초고령사회, 어떻게 가치 있게 오래 살 것인가>
노후의 삶의 질은 단지 기대수명의 증가가 아니라, 기능적 독립성과 주관적 안녕감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기존의 건강 통계는 질병 유무에만 초점을 두었지만, 초고령사회에서는 일상생활 기능, 정신건강, 사회적 관계망까지 고려한 다면적 건강 측정이 절실하다. 초고령 한국 사회가 단순히 오래 사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떻게 건강하게 가치 있게 오래 살 것인가’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질병은 있지만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라는 고령자의 삶의 질에 중심을 두는 정책이 필요하다.
건강 문해력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의료현장에서 사용하는 설명문과 복약 지시서, 각종 건강정보 콘텐츠는 대부분 젊은 성인이나 중산층 중심의 언어와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고령자나 저학력층, 다문화 가족 등은 정보에서 배제되고 소외되기 쉽다. 그 때문에 건강 문해력을 사회적 공공재로 간주하고 체계적으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쉬운 건강정보 문서 제공 △복약지도와 설명 방식 개선 △고령자 대상 맞춤형 건강 교육 강화 △디지털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 고령자의 지적, 정서적 수준을 파악하여, 의료서비스와 연계된 상담 및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고령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고령자는 배울 수 없는 존재’라는 편견을 넘어서는 것이다. 배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반복적인 설명을 존중하는 것이 건강 리터러시 향상의 시작이다. 고령자 스스로 건강 관련 지식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올바르게 스스로를 돌보며, 삶의 질을 높이는 역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건강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고령자의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