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부지사 윈섬 얼-시어스가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서 확고한 선두 주자로 출발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경쟁자가 등장하며 경선이 뜨거워지고 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까지 10개월이 남은 가운데, 공화당 후보 경선에 두 명의 도전자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전 연방 하원의원 애비게일 스팬버거가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전 하원의원 데이브 라록과 전 상원의원 아만다 체이스가 공화당 후보로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 판도를 흔들고 있다.
라우든 카운티 출신의 전 주 하원의원 데이브 라록은 강경 보수 성향을 내세우며 얼-시어스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의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는 자신을 “검증된 보수 리더”로 소개하며 “세금 낭비를 막고,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며, 생명을 수호하고, 지역 사회와 학교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라록은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연방 정부 효율성 부서를 지지한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그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웹사이트를 통해 얼-시어스를 겨냥해 “진부한 발언만 반복하며 보수적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체이스는 과거 선거 경험과 강경 보수적 입장을 바탕으로 경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 그는 8년간 체스터필드 카운티에서 상원의원을 지냈으며, 2020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경험이 있다.
체이스는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한 음모론을 주장하는 등 극우적 행보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1년 1월 6일 연설에 참석해 주목을 받았으며, 버지니아 주 상원에서 ‘미국에 대한 내란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초당적 비난을 받아 24-9로 공식적인 견책을 받았다.
체이스는 자신의 강점으로 트럼프 지지층과의 연계를 강조하며 “얼-시어스는 트럼프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를 배신하지 않은 후보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라록과 체이스 모두 공식적으로 출마 서류를 제출했거나 제출을 준비 중이지만, 이들이 실제로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4월 3일까지 버지니아 11개 선거구에서 각각 400명을 포함해 총 10,000명의 서명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얼-시어스가 2022년 공화당원들에게 “트럼프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일부 보수층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지지가 경선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상황은 2024년 버지니아 5선거구 공화당 경선과 유사하다. 당시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밥 굿하원의원이 선거 막판에 트럼프의 지지를 철회당하며 경선에서 패배한 바 있다.
그러나 얼-시어스는 여전히 강력한 당내 지지를 받고 있다. 글렌 영킨 주지사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얼-시어스를 “버지니아의 차기 주지사”로 지지하며, “그녀는 부모의 권리, 법 집행, 경제 성장, 세금 감면 등에서 확고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우리는 그녀를 끝까지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시어스 캠프 대변인 에이브람스 역시 “윈섬은 승리하는 후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그녀는 감동적인 개인사를 지니고 있으며, 보수적인 가치를 실천해 버지니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 경선에서 그녀를 이길 후보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 분석가들은 아직 얼-시어스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의 지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린치버그 대학교의 데이비드 리처즈 정치학 교수는 “영킨 주지사의 지지는 얼-시어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라록은 보수층의 지지를 얻으며 힘을 키울 수 있지만, 체이스는 단순히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기회주의적인 후보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가 라록이나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면, 얼-시어스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트럼프가 내년 주지사 선거의 최종 승자를 결정하지는 않겠지만, 공화당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은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지니아 민주당 대변인 매기 암자드는 공화당 경선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이며 얼-시어스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화당이 혼란과 내부 다툼으로 분열된 것은 얼-시어스가 당을 하나로 묶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버지니아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화당의 혼란이 아니라, 버지니아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주지사”라고 비판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를 둘러싼 공화당 경선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트럼프의 개입 여부와 공화당 내 보수층의 향방이 경선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이유에스코리아 윤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