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과 일본에서는 “성매매 혐의로 일본인 여성 3명과 이를 알선한 한국인 업주가 체포됐다”는 기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 일본 여성들은 관광객으로 위장해 입국한뒤, 업주가 만든 ‘열도의 소녀들’ 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조직적으로 매춘행위를 저질렀다. 한국 경찰은 이들 이외에 범행에 가담한 여성들이 있는지, 일본 현지에 모집책이 있는지 여부 등을 추가로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일본에서 관심을 끌었던 것은 자국 여성들이 한국에서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일삼다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일본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일본 최대 포탈 야후 재팬에 관련 60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리기도한 이 사건에서, 일본인들의 관심을 가장 끈 대목중 하나는 여성들이 받은 화대 액수였다.
이들 여성들은 1회 성매매 대가로 최대 155만원(약 18만엔)을 지불받았는데, 이는 현재 일본내 풍속(성매매)업소에서 형성된 일반적 요금(하루종일 이용에 약 10만엔) 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고 한다.
결국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임금과 엔저로 돈벌이가 쉽지 않자 거리도 가깝고 고소득도 보장되는 한국까지 원정 성매매에 나서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도 자국 여성들이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다 체포되는 사건은 종종 있었기에, 원정 성매매 자체가 일본인들에게 별로 충격적인 소식은 아니다. 일본 수사당국에 따르면 한 조직은 과거 3년간 200~300명에 달하는 일본 여성들을 해외 성매매 업주에 연결시키고 이득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유독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저간에 깔려있는 한일간 미묘한 국민감정에 있지 않나 한다.
그동안 이들 여성들이 향했던 곳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영미권이었지 한국, 동남아 등 자신들이 식민 지배했던 국가는 아니었다.
또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 성매매 여성들이 일본까지 건너가 일을 하다 붙잡혀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경우는 잦았어도, 그 반대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한국을 항상 일본보다 경제적으로 열등한 나라로 치부하고, 일본 선민의식이 가득한 기성세대들에게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그들은 한국 기생관광으로 엔화를 뿌렸고, 심지어는 한국 현지처인 속칭 ‘다찌’를 두기도 했다.
일본어로 ‘다찌’는 ‘무리’를 뜻하는 말이지만 당시 한국 성매매에 관심 있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현지처’라는 의미로 쓰이는 은어로, 이들 다찌들은 가정 형편 때문에 혹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유흥가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인의 현지처 노릇을 하면서 고액의 돈을 받고 있다.
일본 여성의 한국 원정 성매매를 도저히 인정하지 못하는 그들은 이들 여성이 ‘순수 일본인이 맞는지’ 의심하거나 “한국을 좋아하는 정신나간 아이들 일 것”이라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원정 성매매를 위해 해외에 나가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보다 근본적 배경은 역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임금과 엔저로 서민들의 생활이 예전보다 훨씬 팍팍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일본의 4년제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월급 평균은 23만 3600엔(약 203만원)으로, 한국의 최저임금(206만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OECD의 최근 데이터에서도 달러 환산 평균 임금에서 일본은 38개 회원국 중 25위에 그치고 있다.
이에 일본내에서도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약 30년간 사실상 제자리 였던 임금수준에 역대급 엔저를 고려하면 작금의 상황은 충분히 예견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외화로 건네받은 돈이 엔저덕에 환전 시 뻥튀기가 되다 보니, 비단 성매매 종사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 중에서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현실임에도 선민인 일본인이 조센진에게 몸을 판다는 사실이 그들 기성세대들에게는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모습이다.
(서울 =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