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국계 로버트 허 전 미국 특별검사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레이번 하원 빌딩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불법보관 의혹 사건과 관련한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을 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 유출·불법보관 의혹 사건 관련 하원 법사위 청문회가 11월에 있을 바이든, 트럼프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히 이날 청문회는 “제 부모님은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전쟁 중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배고픔을 기억하는 아버지는 미군 병사들이 나눠준 음식에 감사했다”고 말한 한국계 로버트 허 특검이 미 대선 중심부에 서게되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한국계로 트럼프 행정부 때 메릴랜드주 연방지검장을 지낸 허 전 특검은 약 1년간의 수사를 거쳐 지난달 8일 공개한 바이든 대통령 기밀유출 관련 수사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 재임 후 민간인 시절 기밀문서를 고의로 소지한 혐의가 있다고 봤지만, 기소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청문회 전날인 11일 특검직에서 사임해 민간인 신분으로 출석한 허 특검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에 관한 보고서상 제 평가가 필요했고, 정확하고 공정했다.”면서 “저는 제 설명을 왜곡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부당하게 폄훼하지도 않았다. 저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에게 제 결정과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허 전 특검은 보고서에서 배심원단이 바이든 대통령을 “악의는 없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인식할 수 있기에 유죄 평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 재직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고 장남 보 바이든이 언제 죽었는지 떠올리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그는 이날 “당파적 정치는 제 업무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자신의 불기소 결정과 수사결과 보고서 작성과 관련한 정치적 의도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허 전 특검은 이날 민주, 공화 양측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및 기억력 저하 문제가 재부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애덤 시퍼 등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허 특검에 대해 ‘정치적 선택을 했다’ 등의 공세를 펼쳤고, 공화당 하원의원들로부터는 ‘불기소 결정’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민주당은 특검이 수사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을 문제 삼은 대목을 집중 공격한 반면 공화당은 같은 혐의로 바이든 대통령은 불기소 결정을 내린 데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한 것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4시간 이상 진행된 청문회에서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잭 스미스 특검이 수사한 기밀 유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사실을 거론하며 특검의 바이든 대통령 불기소가 ‘이중잣대’라고 주장했다.
당내 대표적 친트럼프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밀 보고서를 유출하고 불법 보관한 것이 맞다면 당연히 기소 결정을 했어야 했다. 왜 이같은 면죄부를 줬느냐”며 허 전 특검을 몰아세웠다.
짐 조단 하원법사위원장은 “그렇게 많은 예산을 들여 수사를 해 놓고 어떻게 이렇게 봐주기식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자신이 등록된 공화당원이라고 확인한 허 전 특검은 한 민주당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법무부 요직에 기용되길 바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저는 그러한 열망이 없으며, 단언컨대 정파적 정치는 제 업무에서, 제가 했던 수사 단계에서, 제가 내린 결정에서, 제가 작성한 보고서의 단 한 단어에도 전혀 자리를 차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공화당 하원의원들로부터 ‘불기소 결정’에 대한 비판을 받자, 바이든 대통령이 ‘완전히 무죄’라는 “결론은 제 보고서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불기소 결정이 옳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973년 뉴욕에서 태어나 하버드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허 전 특검은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강조하며 스스로를 변호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나는 이 나라에 온 이민자들의 아들이자, 가족 중 처음으로 이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감사한 마음으로 맡은 이러한 특검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은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전쟁 때 어린아이였다”며 “아버지는 배가 고팠을 때 미군 병사가 그와 그의 형제자매들에게 나눠 준 음식에 감사하고, 이를 기억한다”면서 “어머니는 외할머니 품에 안겨 지금의 북한에서 탈출해 안전을 찾아 남쪽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허 특검은 “부모님은 결혼하고 나서 자신들과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으로 왔다”며 “내 역할이 무엇이든, 어떤 행정부이든 나는 동일한 기준과 동일한 불편부당함을 적용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