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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동 주미대사(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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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4강들의 전략경쟁 폭풍 속, 화려한 외교전을 펼치는 ‘조현동 주미대사’

워싱턴 동포언론사 대표들과 기념촬영 중인 조 대사(가운데)

청룡의 새해가 밝은지 보름이 지날 즈음, 조현동 주미한국대사의 ‘워싱턴 동포언론사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 참석차 대사관저를 방문했다.

대사관저 방문은 조태용 전 대사가 주최한 ‘2022년 10월 11일 개천절 및 국군의날 행사’ 취재 이후 처음이다.

총 6명의 언론사 대표들에게 제공된 한식은 깔끔하고 맛깔스러웠지만, 기쁘게 맞이하는 조 대사의 미남형 얼굴과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매너는 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조기중 총영사, 이지호 참사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된 오찬회에서 조 대사는 한미 관계 및 경제 등 현안 관련 대사관의 업무 추진 현황을 설명하면서 “지난해에는 750만 재외국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재외동포청이 설립되고 윤석열 대통령께서 4차례나 방미하여 무척 분주했다”고 전했다.

조 대사는 또한 “작년도는 활발한 대미 정상외교를 통해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재미동포들은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잘 해주셨다”면서 미주동포사회의 위상 강화 측면에서 많은 진전을 거둔 한 해였음을 언급하였다.

그는 미 주류 한인 정치인 동향뿐 아니라, 경제, 스포츠계, 한류(韓流) 또는 새로운 분야나 지역에서 발생하는 신한류(新韓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국계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직에 도전하는 앤디 김(41) 연방 하원의원(민주·뉴저지)에 대해서는 “오는 6월 4일에 열릴 뉴저지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있다. 반드시 승리하여 한인 최초 연방의원 탄생을 보고 싶다”면서, “실비아 장 루크(한국명, 장은정) 하와이주 부지사는 앞으로 주지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인 최초 미국 주지사가 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조 대사는 지난해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에서 개최한 ‘세계한인 정치인 포럼’을 언급 하면서, “동포사회도 올 대통령 선거를 포함한 미국의 각급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동포언론사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조 대사는 미국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최고 인기 스포츠 중에 하나인 NFL(미풋볼리그)과 한국계 카일 해밀턴 선수에 대해서도 자랑했다.

올 시즌 태극기를 달고 뛰었던 6명의 선수 중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팀인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세이프티로 활약 중인 카일 해밀턴을 유독 칭찬한 조 대사는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해밀턴 선수는 한국계 스타 하인즈 워드 뒤를 이을만한 멋진 스타이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이름 약자인 ‘KH’와 태극기를 활용해 만든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모자를 제작해 판매하여 미국 내 아시아 혐오 방지 캠페인에 기부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 대사는 각 주 주지사들은 워싱턴을 방문하면 주미한국대사관을 자주 찾고 있는데, 첫 만남의 아이스 브레이크로 그들 지역의 스포츠 팀을 이야기하면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지난 10일 대사관에서 있었던 케빈 스팃(Kevin Stitt) 오클라호마 주지사 면담 시에는 그 지역 미 프로 농구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팀 주요 선수에 대한 이야기로 친구가 되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조 대사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 세계 각국 외교관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문화(특히 K-POP)에 관심이 많은 그들의 부모나 자녀들의 요구로 먼저 주미한국대사관을 찾아 외교관계를 맺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조 대사는 올해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휩쓴 한국계 미국인 감독과 배우들이 활약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성난 사람들'(원제 BEEF)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비프는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은 이성진 감독과 주연배우 스티븐 연, 조연 조셉 리, 영 마지노 등 4명의 에미상 후보가 한국계 미국인이다”면서 “운전 중 벌어진 사소한 시비에 격노해 서로 복수하고 해코지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블랙 코미디로 극중 가족이나 친척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거나 한인 교회가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등 한국계 이민자 2세의 삶이 묘사됐다”고 설명했다.

250만 미주동포사회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 대사는 “동포단체들의 분열상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면서 “미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만큼이라도 하나가 되어 우리의 큰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1960년생인 조현동 대사는 서울고등학교, 외국어대학교 서반아어과를 졸업하고 외교부 제1차관을 역임하다 2023년 4월 주미대사로 부임했다.

우리는 한민족 최고의 외교관으로 고려 서희 장군을 꼽는다.

요즘 한국 드라마에서 뜨고 있는 서희 장군은 80만 대군을 이끌고 침공한 거란 장수 소손녕을 화살 한 번 쏘지 않고 세 치 혀로 물리친 당대 최고의 외교관으로, 송과 거란이 대치하고 있던 당시의 국제정세를 잘 활용한 지략가이었다.

주변 강대국인 미·일·중·러 4강들의 전략경쟁 폭풍 속에 북한 핵 문제까지 한민족의 존재마저 위협하고 있는 이 시점에, 화려한 대미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조현동 주미대사에게서 서희 장군의 향기가 나는 듯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