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류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가 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자택에선 유서가 발견됐으며, 귀가하지 않자 회사 측 관계자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 경찰에 따르면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성북구에 주차된 한 차량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의 40대 남성을 발견했다. 남성은 배우 이선균씨로 신원이 확인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오늘 오전 10시 12분 “이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씨 회사 측 관계자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어제(26일) 밤 아내에게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
현재 경찰은 이씨가 발견된 현장에서 감식을 마무리한 후 그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지난 10월부터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왔다. 그는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유흥업소 여자 실장의 진술뿐이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A씨의 집에서 마약을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아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 협박을 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A씨 등을 공갈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배우 이선균 씨가 사망하자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발 빠르게 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씨가 대마초 등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며 한국의 엄격한 마약법을 설명했고, AFP통신은 “한때 건전한 이미지로 유명했던 배우가 (마약) 스캔들 이후 TV 및 상업 프로젝트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으로 잘 알려진 배우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며 “그는 영화 ‘기생충’에서 부유한 박씨 가문의 아버지 박동익 역을 맡아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전했다.
독일 도이치벨레(DW) 역시 이씨의 사망 사실을 전하며 “한국은 불법 마약에 대해 매우 엄격한 법률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일본 교도통신, TV아사히, 니혼테레비(닛테레), TBS,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도 한국 언론을 토대로 소식을 전하며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씨는 1999년 데뷔 이후 수많은 한국 영화와 TV 시리즈에 출연했지만 ‘기생충’에서의 역할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며 “한국 연예계는 K팝 가수와 영화배우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마약 남용 스캔들로 뒤흔들렸다”고 짚었다.
이밖에도 호주, 튀르키예, 베트남,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매체들도 사망 소식을 신속 보도했다.
한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1기 출신으로, 1999년 그룹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2001년 방송된 MBC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TV에 출연했으며, 단막극 ‘닥터러브’ ‘반투명’ ‘연애’ ‘거리여인의 사랑법’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선균은 2018년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기도 했다. 더불어 올해 초에는 SBS 드라마 ‘법쩐’에도 출연하면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2019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그해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면서, 주연으로 나섰던 이선균 역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이선균은 ‘기생충’ 출연 연기자들과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2022년에는 영화 ‘킹메이커’에서 ‘선거판의 여우’ 서창대 역을 진중하게 그려내면서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 9월 개봉한 ‘잠’에서는 몽유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현수 역을 실감나게 그려내면서 대중과 평단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다시 한번 ‘배우 이선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처럼 이선균은 인기는 물론이거니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출연하는 작품마다 작품성, 예술성까지 인정받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