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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은 혈서로 계약해도 어렵다는데... 통합미주총연을 알리는 통합합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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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셋 샴쌍둥이, 다시 천하삼분? … ‘삼국지를 읽고 있는 듯한 작금의 미주총연’

공동 총회장 체제로 어렵사리 출발했던 ‘통합 미주총연(총회장 국승구·김병직, 이사장 서정일. 이하 존칭생략)’이 출발부터 삐거덕거리는 마찰음이 나더니 이제는 끝장나는 파멸음 마저 들리고 있다.

삐거덕거리는 마찰음은 내부적으로는 3개의 세력들이 원팀이 되는 ‘화학적 결합’ 상징인 ‘탕평인사’ 실패,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지난해 3월 18일 있었던 통합총연의 첫 공식행사에 국승구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면서부터 나왔다.

공식행사라 함은 미주총연의 관할 공관인 워싱턴총영사관에서 있었던 총영사와의 차담회를 말하며, 상견례를 겸한 이 자리에서는 통합할 수 밖에 없었던 공동총회장 체제 과정 설명과 분규해지, 그리고 재외동포청 설립 등 중요한 현안들이 오갔다.

당초 이 차담회는 국승구 측에서 김병직·서정일을 점프한 가운데 준비되고 있었어나 거센 항의가 있자 국승구는 회담 취소를 일방 통지한 후 참석하지 않았다.

또 난장판 파열음은 국승구 대내 총회장이 지난 7월 6일 회원들에게 밝힌 ‘입장문’ 발표로 분출됐다.

입장문 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 부분은 김병직이 지난 4월 28일 워싱턴 DC ‘미주총연 45주년 기념식’과 관련하여 조직의 시스템을 파기한 직권남용 및 회칙위반으로 윤리위원회에 피소되어 심의를 받은 것으로, 국 회장은 “이 문제를 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며 김병직 회장이 법정에서 증언한 워싱턴 DC 총회가 정회원 성원 미달 위증으로 밝혀질 경우 김병직 회장과의 통합 합의서는 원천 무효될 수도 있다”고 하면서 “김병직 회장의 총회 참석자 118명의 명단 확인과 WDC 행사 행사 후 회계집행 감사 전까지는 회칙에 의해 ‘공동총회장’ 직을 유보해 줄 것을 중재위원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국 회장은 또 회칙 위반으로 장대현 행정수석부회장과 김만중 회장을 해임시키고 5년 동안 정회원 권리를 박탈했다.

서정일 현 이사장의 제30대 미주총연 총회장 자동승계를 불과 5개월 앞두고 이와 같은 입장문이 발표되자 일부 회원들은 이것은 명백한 ‘친위 쿠데타’이다고 주장하면서 단톡방을 따로 만드는 등 대책에 분주하다.

회칙위반은 국승구가 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분개하고 있는 단톡방 내용을 간추려보면 ▼ 국승구가 통합합의서를 무시하고 총연을 독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병직·서정일 협의 없이 국승구 혼자 조직 인선, 분담금 설정, 재정 관리를 하고 있다. ▼ 국승구가 부 회장만 47명을 임명하는 등, 임원 부풀리기 조직을 통해 분담금을 받았다. 라스베가스 이사회에서는 임원 분담금을 예년에 비해 약 30%를 절감하여 현실화했지 인상 금액은 결의된 적 없다. ▼ 거액의 임원 분담금 내역뿐만 아니라 아직 지난해 결산 보고도 하지 않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 자격 여부가 불확실한 윤리위원회의 모든 심의, 의결 사항은 무효이다. ▼ 지난해 5월 17일 라스베가스 총회 결의에 따라 제29대 조정위원회(중재위원회)는 잠정 폐쇄 되었기에 최근 급조된 중재위원회는 무효이다. ▼ 김만중의 해임사유가 된 라스베가스 행사 재정보고는 지난해 12월 택사스 회의에서 보고가 다 되었고, 총연 사이트에도 올라와 있는 사항이다. ▼ WDC 행사는 대외 총회장이 주관하기로 임시총회에서 공고 되었고, 국승구 대내총회장도 대회장으로 참석했음으로 직권남용 및 회칙위반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등이다.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통합합의서의 약속을 제대로 지켜 제29대 통합총연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해 달라는 것이다.

2003년부터 미주총연에 발을 디디고 있는 필자는 세 미주총연(서정일, 김병직, 국승구 총회장)이 어렵사리 하나가 된 과정과 정통총연(정명훈 총회장)이 탄생하여 다시 두 개로 분열된 미주총연, 그리고 다시 분열의 흑역사를 쓰고 있는 이번 사태 등, 미주총연 관련 취재는 되도록 디테일하게 기사를 쓰고 있다. 마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처럼.

필자는 이번 사태가 ‘친위 쿠데타’라고 주장하는 어느 회원의 글을 읽고 중국 역사 소설인 ‘삼국지’가 떠 올랐다.

삼국지는 사마의의 손자 사마염이 쿠데타로 조조의 손자 조환으로부터 위 황제 제위를 찬탈하여 천하통일을 하면서 끝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에 의한 역사 이야기이다.

유비·손권 연합군이 적벽대전에서 조조에게 대승을 거두지만 형주를 둘러싼 외교적 갈등으로 다시 원수가 되고, 손권은 다시 조조와 연합하여 유비의 형주성을 공략하는 이야기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서로 공격하는 작금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인 미주총연을 보는 듯하다.

또 총연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권한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면 적군이 쓰던 칼을 빼앗아 휘둘렀던 ‘조자룡의 헌칼 쓰듯’이라는 표현도 떠오른다.

7월 6일 국승구는 입장문 서두에서 “개혁하고자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아래와 같은 현안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임기를 마무리하겠다”며 김병직, 장대현, 김만중 세 사람의 징계를 운운했다.

그런데 그 개혁이 혁명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왜냐하면 혁명은 민초들에 의해 밑에서 위로 향하는 것이기에.

국승구 측에서는 또한 “8월 17일 시카고에서 상임이사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이 상임이사회는 애초 공동총회장인 김병직과 서정일 이사장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만약 최근 총연 사이트에서 명단이 줄었다 늘었다 하면서 70여 명으로 늘어난 상임이사들에 의해 통합합의서와 총연회칙에 어긋나는 안건이 의결된다면 제갈량의 ‘천하삼분계’가 다시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

새로운 단톡방을 만든 회원들은 이를 국승구의 ‘친위쿠데타’로 단정하면서 민초들에 의한 ‘혁명’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