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부모 잘못 만난 탓에 섬에 태어나 살아야만 했던 민초들의 과거와 미래의 삶을 사진과 글로 남기고 싶어 찾은 가거도에서 주일 성수했다.
주민 수 400명도 채 안 되는 외딴섬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굳건하게 주님의 제단을 지켜오는 ‘순복음 가거도 교회’ 교인 수는 모두 10여 명, 하지만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히 여기시는 주님께서 이곳에서도 임재하심을 증거하는 은혜로운 주일예배였다.
찬송가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진 오전 10시, 찬양과 사도신경 고백으로 시작된 예배는 박기선 담임목사의 말씀 선포가 있었다.
박 목사는 ‘비움과 낮아짐의 은혜’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신앙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과정이다. 예수님과 같은 비움이 있어야 체험이 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 다 비우셨지만 우리는 반대로 채우기 위해 살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부흥했던 교회답게 예배당은 다른 중형교회 못지않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이날 예배에는 10명이 참석했지만 목사님 말씀선포는 마치 1만명의 회중 앞에서 설교하는 것처럼 힘 있고 능력이 있었다.

사람이 가히 살만하다고 하여 이름 붙혀진 가거도(可居島)는 2013년 증도에 섬마을 전도자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이 개관되면서 우리에게 믿음의 섬으로 더 잘 알려진 신안군의 1004개 섬 중에 하나이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한때 가거도 교회 신도 수가 100여 명에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문준경 전도사(1891~1950)는 돛단배를 타고 이 섬, 저 섬을 다니며 복음을 전파하고, 신안 섬들에 많은 교회를 세우다가 6.25 전쟁 때 인민군에 의해 순교한 한국 성결교회의 상징적 존재이다.
창립한지 100년이 넘는 가거도 교회도 다른 여느 교회처럼 분열의 생채기를 겪었다.
박기선 목사는 “7년 전 교회에 부임하고 보니 전임 목사님과 성도들은 다 떠나고 권사님 두 분만이 교회를 지키고 있었다”면서 “몸이 아픈 노인과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남아 계시는 노인들은 돌아가시고 하여 계속 줄고 있는 섬 인구도 문제였지만 세대 간 신앙 단절이 더 큰 문제였다”고 했다.
소멸하는 외딴 섬처럼 가거도 교회도 그렇게 쇠락의 길을 가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튼튼하고 아름다운 성전을 가지게 됐나”라는 질문에 박 목사는 “2008년 바로 앞에 보이는 수퍼 방파제 공사 당시 삼부토건에서 여분의 콘크리트로 교회 건축을 지원했다’면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역사하심이다고 전했다.
수퍼 방파제란 가거도 앞에 지금 다시 건설 중인 길이 480m, 넓이 100m의 방파제를 말한다. 1978년 착공 후 2008년 5월 완공까지 숱한 피해를 봤던 방파제를 증축하는 형태다. 가거도 방파제는 착공 후 셀마(87년), 프라피룬(2000년), 라마순(2002년) 때 공사 현장이 번번이 쑥대밭이 됐다.
그나마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80여 명의 외지 인부들이 가거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있었고, 가거도교회에서는 이들은 큰 전도 대상이다.
“아무리 농어촌 선교사역을 하고 계시지만 먹고 사시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들어오는 헌금은 모두 교회 유지비에 사용하고 있고 저의 생활비는 하나님께서 그때그때 채워주시고 계십니다”라는 박 목사의 대답은 마치 해외 선교사님들의 사정과 똑같아 보였다.
해풍에 부식한 교회 외벽 공사도 목포에 거주하는 어느 집사가 가거도에 여행 왔다가 무료 사역을 해줬다고 한다.
예수님께서는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복음을 선포하러 떠나면 여호와 이레 하나님께서 이렇게 다 예비하고 계신 것이다.
한세대학원 목회학과를 졸업한 박기선 목사는 “개척교회부터 시작한 저는 아무래도 이런 미자립 교회 체질인가 봅니다. 외딴섬에서 견디지 못할 만큼 외롭고 힘들 때는 하나님께서는 여지없이 육지 선교팀을 보내 새 힘을 부어 주신다”고 하면서, 올여름 섬 선교사역이 예정된 서울 삼일교회(담임목사 송태근) 선교팀을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계속 늘어나지만 섬 교회는 더 고립되고 있다. 도시교회와 섬교회 간 자매결연으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거도 교회 강대상에는 “십자가의 본질을 회복하라, 부흥이여 다시 오라 이 땅에”라는 베너가 걸려 있다.
바람과 파도가 삶을 지배하고 있는 가거도에, 파도가 성령의 물결이 되고 폭풍 같은 성령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길 기도한다.
여러분의 기도와 선교후원이 필요한 가거도 교회 주소는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길 41-6 이고, 전화는 061-246-3404 이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