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방문 중이던 10월 14일 금요일 저녁, 지인과 만나기 위해 이태원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서 K카페를 찾았다. 다들 찾기 쉽게 ‘해밀턴 호텔 옆골목’을 알려주어 이 호텔은 이태원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었다.
근 이십 년 만에 이태원 뒷골목이 궁금하여 둘러볼까 했지만 인파에 밀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금요일이라 ‘불금’을 즐기려는 젊은이, 퇴근길 직장인, 거기다 외국인들까지 합세하여 좁은 골목에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마치 80년대 통금이 해제된 첫날밤이나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한 명동거리 같았다. 시끄러운 음악과 소음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폐소공포증’이 와 얼른 이태원을 벗어났다.
이것은 대형 압사사고가 나기 15일 전, 기자가 겪은 이태원 현장 모습이다.
이제 이 현장 모습을 토대로, 마치 ‘불나방’처럼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독특한 한국인 만의 밤 문화로 인해 이런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Q & A]로 이번 사고를 함께 분석해 본다.
Q. 왜 하필 이태원인가.
A. 관광특구인 이태원은 홍대, 건대입구, 종로2가, 강남역 등과 함께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다. 요즘 서울시에서 심야 택시 승차난이 일어나는 이유도 이 지역들 때문이다고 보면 된다. 주말이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이번 핼로인 축제 같은 흥미를 끄는 이벤트만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오고, 압사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개연이 있었다. 구 시가지인 이태원 골목은 홍대입구와 달리 좁고 사방이 트여있지 않다.
Q. 누구의 잘못인가.
A. 이번 사고 또한 시민과 당국의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골목이 사람으로 꽉 차자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은 속히 현장을 벗어나거나 심지어는 벽을 타고 오른 외국인도 있었다. 서서 압사당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시민들은 계속 몰려왔다. 154명이나 되는 사망자들은 물에 빠졌거나 불이 났거나 아니면 구조물이 무너져서 사망한 것이 아니다. 맨땅에서 압사한 명명백백한 인재(人災)다.
서울시 안전통합상황실에서는 벽 사면에 빼곡히 자리한 CCTV(폐쇄회로)를 통해 서울시 도로 구석구석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참사 하루 전인 28일 밤에도 걷기 힘들 만큼 밀려든 인파에 떠밀려 행인이 넘어지는 ‘전조현상’이 있었고 구청과 경찰당국도 이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버스 정류장을 폐쇄하고 지하철이 이태원역에서 정차하지 못하게 하는 등 사전에 인파 분산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10여만 명이 모였다는데 200여 명의 경찰 인력으로는 애초 통제불능이었다.
Q 외부 개입세력은 없나.
A. “밀어! 밀어!” 일부 성인 몇몇이 고의로 뒤에서 밀기 시작했다는 증언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 일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 서울에선 개인이 사회 활동을 하면서 하루 평균 130~150회가량 CCTV에 노출된다고 한다.
누가 왜 그랬는지는 골목 구석구석에 있는 CCTV에 의해 곧 밝혀질 것이다.
Q 일부지만 극단적인 시민의식도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A. 사고 현장에서 119구급 대원들과 시민들이 심정지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상황에도 수십 명이 그 앞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있는 영상도 올라왔지만 자발적으로 CPR를 시행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인권문제로 여성 환자들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는 사연이다. 나중에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이 여성 인권문제는 이번 기회에 우리가 풀어야 할 법적인 숙제가 되었다.
Q 일각에서는 남의 나라 ‘귀신놀음’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을 좋지 않은 눈으로 보고있다.
A. 애초 핼러윈은 한국과는 상관이 없는 이질문화이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어린이는 물론이고 젊은 세대에까지 깊숙이 침투하기 시작했다. 특히 주한미군이 주둔했던 이태원에는 핼러윈 파티를 여는 클럽과 카페가 많다.
한국에서는 미국처럼 어린이들이 사탕을 얻으러 가는 날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특유의 복장으로 클럽에 가거나 파티를 여는 축제가 되어버렸다. 이는 이질문화를 즐기는 MZ세대를 타킷으로 한 고도의 상업주의가 결탁된 결과이다. 유통업을 중심으로 발렌타인데이와 빼빼로데이를 상품화 시킨 한국의 상업주의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의 K-FOOD, K-문화에 빠져들고 있지 않은가. 이질문화에 빠져드는 MZ세대의 권리라고 인정하자.
Q. 외국인 참사자도 20명이나 된다. 세계각국의 반응은.
A. 압사 참사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 시진핑 국가주석 등 주요국 정상과 55개국 정상들이 사상자ㆍ유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우리 정부에 전해왔다. CNN, 요미우리 등 외신들은 핼러윈 축제 당일 몰려든 인파 규모를 모니터링하는 데 실패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한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사회 안전망’ 구축에 실패하고 아직도 만연한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에 실망하는 분위기이다.
이번 참사가 IT 기술 강국이자 대중문화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와 국가 브랜드 이미지도 많이 떨어뜨리고 있다.
Q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미주동포들의 시각은.
A. 참사가 전해진 29일 오후부터 미주동포사회도 충격과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모국 방문 중인 20-30대 조카나 가족들의 안부 전화에 매달리는 동포들도 많았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국승구·김병직 공동총회장)를 비롯한 지역 한인회와 단체들이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인과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성명을 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하이유에스코리아 강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