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복판에서 29일 밤 발생한 압사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현재까지 153명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30일 오후 5시 기준 사망자는 외국인 20명을 포함해 153명이다. 부상자는 133명으로 중상이 37명, 경상이 96명이다.
사망자 성별로 보면 여성이 97명이고 남성이 56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95명으로 가장 많고 30대 32명, 40대 9명, 미상 13명 순으로 파악됐다. 10대 사망자는 4명이다. 외국인 인명 피해는 사망 20명, 부상자 15명이다.
대형 참사를 지켜본 의료계는 많은 인파가 몰린 좁은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명 피해가 커졌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희생자 상당수가 외부 압력에 의해 폐 기능을 상실하고 심장이 멈추는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가 골든타임 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정지가 아니더라도 높은 압력에 장기가 파열된 부상자들이 복강내출혈로 인해 숨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압사 사고에서는 서 있는 상태로 압박을 받아 숨진 경우들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서 있는 상태로 인파가 몰려와 압력을 받았고, 비명을 지르다가 갑자기 힘을 잃고 늘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를 두고 압착성 질식사로 추정하는 전문가 분석 결과도 나오고 있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이날 조선닷컴 통화에서 “사망자 상당수는 압착성 질식사로 추정하고 있다”며 “서 있는 등 자세와는 무관하게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원장에 따르면 사람은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 근육과 횡격막을 움직여서 호흡을 한다. 이번 압사 사고 희생자들은 사방에서 밀려든 강력한 압력으로 흉곽운동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사망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한국식 핼러윈 즐기러 왔다…인파에 놀라 호텔방에 “CPR 옆에서 터질 듯한 클럽음악…카오스 그 자체” 증언
한 미국인 남매가 한 달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던 중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을 9층 호텔방에서 목격하며 “대혼란 그 자체(Just chaos)”라고 표현했다.
플로리다주에서 온 남매인 조슈아와 안젤라는 한국식 핼러윈을 즐기려다 진짜 ‘공포’를 체험하고 말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안젤라는 WP에 “끔찍했다”며 “대혼란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남매는 원래 29일 이른 저녁 이태원 길거리를 돌아볼 계획이었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놀라 9층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WP가 인터뷰한 남매에 따르면 인파가 몰리기 전에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관들이 몇 명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 9시 30분께 조슈아는 담배를 피우려고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경찰이 거리를 폐쇄하려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저녁 늦게 다시 호텔 밖으로 나왔을 때 구급차와 소방차들이 즐비했고 여기저기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고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안젤라는 밖에서 비명소리를 들었고 조슈아와 함께 황급히 9층 호텔방으로 돌아갔다.
호텔방에서 내려다본 현장은 혼란 그 자체였다는 것이 남매의 증언이다. 조슈아는 “많은 사람들이 CPR을 받는 와중에 터질 듯한 클럽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며 “아마 사람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끔찍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음상준 기자
“관종인 줄 알았는데”…사고 직감 외국인 필사적 벽 기어올랐다
대규모 압사 사고 현장에서 사고를 직감하고 벽을 탄 외국인의 행동이 재조명되고 있다.
3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 현장 인근의 한 가게 벽을 타고 간판을 밟고 이동하는 외국인을 찍은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영상 속의 인물은 엄청난 인파에 끼여 이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위로 힘겹게 벽을 탔다. 아래에서 그를 쳐다보는 사람들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어 더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누리꾼들은 “순간의 선택이 목숨을 살렸다”, “사람들 저때만 해도 괜찮았나 보다. 웃는 표정 보여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재난 영화 그 자체다”, “진짜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나온 생존본능 같다.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서울=뉴스1) 최은지 인턴기자,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