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28대 총회장 선거 과정에 일어난 불미스런 일로 분열된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와 미주한인회장협회(미한협)의 통합의 길은 멀기만 해 보인다. 두 단체의 지도급 인사들이 통합을 열망하고 있는 회원들의 의견을 알면서도 구태를 답습하면서 갈지(之) 자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총연 분열의 당사자인 남문기·박균희 두 총회장 중, 한 분은 별세하시고 한 분의 임기는 지난 6월 30일로 끝나 새 포대는 만들어졌는데도 새술을 담지 못해 통합의 적기를 놓치고 있는 모습이다.
미한협에서는 통합을 원하는 재외동포재단 김성곤 이사장의 요청으로 연기됐던 정기총회를 5월 26일 라스베가스에서 개최하고, 송폴 수석부회장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준함과 동시에 기존 선거관리위원회와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를 재 가동하면서 통합의 의지를 굳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란 통상 관례적으로나 회칙상으로도 되도록이면 빨리 차기 회장단 구성을 위한 임시직임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당(가칭) 창당 ▼재단 및 사단법인 설립 ▼9월 차세대 지도자 워크샵 개최 ▼10월 모국방문 행사 일정 등의 거창한 사업을 계획 세우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통추위는 통합 상대인 미주총연의 비협조로 개점휴업 상태이고 선관위 또한 아직 구체적인 선거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
비대위에서는 모든 선거 일정을 11월 말까지 끝낸 후 12월 1일부터 새 회장단의 임기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340여 명에 달하는 정회원이 이미 확보되어 있기에 부재자 투표도 가능하고 여느 때보다 공명정대한 선거를 민주적 절차에 따라 치룰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선거관위에서는 더 기다릴 것 없이 빨리 선거를 치루어 새 회장단으로 하여금 통합에 임하도록 권위를 세워줘야 할 것이다.
이에 비해 미주총연의 제29대 총회장 선거는 ‘총연개혁’을 갈망하는 회원들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미주총연은 박균희 총회장의 임기가 아무런 대책 없이 끝나자 회칙 제 11조에 의거 모든 권한을 조정위원회(중재위원회, 위원장 이민휘)에 일임했고, 조정위원회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 후 선거 일정을 공지했다.
선관위 공지에 따르면 제29대 미주총연 총회장 선거 입후보자 등록 마감일은 10월 31일이고, 선거 및 총회(장소 미정)는 11월 6일이다. 그리고 투표권이 주어지는 정회원 등록은 선거 당일인 11월 6일 오후 3시까지 회비 200달러와 함께 등록해야 한다.
통합을 갈망하고 있는 전현직 한인회장들은 8월 26일 있었던 조정위원회의 회의에서 통합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는 것과, 전권을 쥐고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조정위원회에 분규의 당사자인 유진철, 박균희 회장의 이름이 올라있다는 것에 실망하는 분위기이다. 유진철 전 총회장은 지난 28대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분열의 불씨를 지핀 인물이고, 박균희 전 총회장은 두 조각난 총연을 수습하지 못한 채 차기를 위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임기를 마친 분이다.
이와 함께 많은 회원들은 160여 명의 정회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당일까지 정회원 등록을 받겠다는 것에도 의아해하고 있다. 28대 정회원으로 선거를 치루면 될 터인데 굳이 새로운 정회원을 당일 선거 이전까지 등록시켜 투표권을 준다면 재력이 있는 후보자에 더 유리한 과거와 같은 금권 타락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이다.
이제 미주총연과 미한협이 각자도생의 길로 가면서 통합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누가 차기 총회장에 당선되더라도 통합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시대적 소명이고 아직 재외동포재단과 공관에서 통합을 손을 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재단 김성곤 이사장은 8월 25일, 분열되어 있는 여건이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단장과 민단 정상위원회 측인 이수원 민단 동경단장을 각각 화상으로 만나 민단 정상화 문제를 논의한 끝에 그동안 보류했던 중앙민단 지원금을 송금하고 10월 5일 세계한인회장대회에 민단 중앙본부 임원들을 예년과 같이 초청하기로 하면서 봉합에 성공을 거두었다.
민단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4월 6일 있었던 선거에서 여건이 단장의 경쟁 후보인 임태수 전 민단 부단장의 후보 자격을 박탈시키고 투표함을 열지 않은 상태로 여건이 단장을 재선시켜 마치 제28대 미주총연 총회장 선거 데쟈뷔 꼴이 났었다.
많은 전현직 한인회장들은 재일본민단의 분규를 봉합한 여세를 몰아 미주 지역도 속히 통합에 기여해 주길 바라고 있으면서 미주총연·미한협의 차기 회장들이 구시대의 악습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통합에 앞장설 참신한 인물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측의 선거 로드맵이 공개되면서 과연 누가 총회장 후보로 나설 것인지? 주목되고 있는 부분이다.